모든 어린이에겐 안전할 권리 있어… 부당한 대우 당할 땐 꼭 어른과 상의하세요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기사목록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입력 : 2020.11.19 06:00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인터뷰

오늘(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문제를 널리 알리고 위험에 처한 어린이를 보호하고자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세계여성정상기금(WWSF)이 2000년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면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뉴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려다 일어난 화재로 초등학생 형제가 중상을 입고 동생은 끝내 목숨을 잃은 '인천 라면 형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건은 주변에서 형제의 엄마를 아동 방치 혐의로 이미 여러 차례 신고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52) 대표는 이 같은 아동학대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발 벗고 나서는 인물이다. '어린이는 독립된 인격체다'라는 구호 아래 협회를 운영하며 아동의 권리를 지키는 데 앞장서는 공 대표를 지난 12일 경남 창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본사에서 만났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피해 아동을 줄이려면 지금보다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원=이신영 기자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피해 아동을 줄이려면 지금보다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원=이신영 기자
◇"아동학대 처벌 현실에 참을 수 없었어요"

"아이가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형량이 말도 안 되게 적었어요. 당시엔 아동학대 가해자는 징역 5년 이하의 처벌만 받았거든요. 너무 화가 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죠." 공 대표가 협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지난 2013년 계모가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이었다.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워킹맘'이었던 그는 화내고 슬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섰다. 처음엔 '하늘로 소풍 간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커뮤니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공 대표는 "회원이 2만5000명에 달했다"며 "함께 분노한 국민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라고 했다.

공 대표는 회원들과 국회 앞과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특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국회에 전화를 걸어 특례법 통과를 촉구하는 운동도 벌였다. 4000명이 동참한 '전화 폭격'으로 국회는 다른 통화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됐다. 이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상습범이나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은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법이 제정되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 의식도 나아졌고요. 예전보다 문제에 공감하고 서명 운동에 참여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피부로 느끼죠."

공 대표는 아동학대 현실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면 교육과 상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학대 관련 정책은 계속 쏟아지고 피해 아동 발견율(아동 1000명당 학대로 판단된 피해 아동 수의 비율)도 2016년 2.15%에서 지난해 3.8%로 해마다 늘고 있다"면서도 "아직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해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6개월 된 입양아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은, 이미 아동학대 신고가 3차례나 반복됐지만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비극을 가져왔다. 공 대표는 "아동에 대한 가치관을 바로잡는 기본 교육은 물론이고,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기관 역시 끊임없는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든 어린이에겐 안전할 권리 있어… 부당한 대우 당할 땐 꼭 어른과 상의하세요
◇아동은 존중받아야 할 존재

"선생님, 제가 왜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사람도 몇 단계만 거치면 연결돼 있단다. 아동학대도 결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공 대표의 유튜브 채널 영상 속 인형 '협이'가 묻자 공 대표가 대답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동영상을 제작해 아동학대 현실을 알리고 있다. "아동학대는 무서운 일이에요. 하지만 모두가 알아야 하는 현실이죠. 아동학대 문제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형을 등장시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아동학대는 어른의 일방적인 폭력에 의해 일어나지만, 아동도 대처 방안을 알 필요는 있다. 공 대표에 따르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혼자 맞서거나, 친구끼리 고민하지 말고 학교 담임 혹은 상담 선생님 등 꼭 주변 어른들과 상의해야 한다. 누군가가 어린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해 행동이 주춤하기 때문이다.

공 대표의 철학은 딱 한 가지다. ‘철저하게 아동의 편에 서자’. 그는 “아직도 법은 목숨을 잃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사정을 살피는 데 더 열심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요. ‘너희는 행복하고 안전하게 성장해야 할 권리를 갖고 태어났단다. 누구도 함부로 괴롭힐 수 없고,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 어른들의 의무야’ 하고요.”
  • Copyright ⓒ 어린이조선일보 & Chosun.com
  • 제휴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