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우는 업계가 있는가 하면 남 몰래 웃는 업계도 있다. 장난감 회사들은 예상치 못한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집콕' 중인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늘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것. 마텔의 올해 3분기 바비인형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 20여 년 만에 증가율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모들은 자녀가 집에서 TV나 스마트폰만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코로나 확산 이후 평소보다 장난감을 더 많이 사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 건 매출뿐만이 아니다. 장난감의 외형이 변하기도 한다. 장난감에는 인종과 성별, 환경 이슈 등이 반영돼 있다.

장기화된 '집콕', 장난감 매출은 껑충

미국 월마트는 '2020 인기 장난감 목록'을 발표했다. 올해는 겨울왕국의 엘사, 스타워즈 인형 등 TV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장난감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영상 콘텐츠를 보는 시간이 늘면서 생긴 변화다. 어린이가 직접 영상을 만들 때 쓰는 아동용 카메라, 태블릿PC도 목록에 올랐다. 어린이들이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티브 론체토 월마트 장난감 부문 부사장은 "올해 인기를 끈 장난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며 "어느 해보다 디지털 플랫폼이 아이들 놀이에 미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국내 장난감 업체도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이베이 코리아는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과 옥션의 올해 1~8월 장난감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학습에 도움되는 제품이 인기였다. 학습 완구와 과학 실습 완구는 각각 70％, 20％씩, 퍼즐과 블록은 45％, 32％씩 매출이 올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모가 자녀의 놀이에 자주 개입하게 됐다"며 "장난감을 살 때도 (학습용 장난감을 선호하는) 부모의 선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마텔 제공

통통한 바비, 키 작은 바비의 등장

하얀 피부에 오똑한 코, 금발 머리를 가진 날씬한 여성. 1959년 처음 출시된 바비인형에는 당시 성별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바비인형에는 '미(美)의 기준을 틀에 가둔다'는 비판이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바비 외모에도 변화가 생겼다. 1980년 처음으로 흑인 바비가 탄생한 데 이어 아시안, 히스패닉 바비 등 다양한 피부색의 바비가 등장했다. 2016년에는 통통한 바비, 키 작은 바비 등 여러 체형의 바비가 출시됐고, 지난해에는 외관상으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젠더 뉴트럴 바비'가 등장했다.

바비의 직업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했다. 1960년대에는 당시 전형적인 여성 직업이었던 패션 에디터, 간호사, 승무원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5년 뒤 우주인 바비를 시작으로 외과 의사, 최고경영자(CEO) 바비 등 기존의 인식을 벗어난 직업의 바비가 등장했다. 1992년에는 바지 정장을 입은 대통령 후보 바비가 여아에게 여성 정치인의 꿈을 심어주기도 했다. 올해 출시한 '선거운동팀 바비'는 흑인 여성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이 밖에도 유튜버, 유명 셰프 등 현대의 다양한 직업이 바비에 반영되고 있다.

▲ 레고 그룹 제공

환경보호에 나선 레고

레고 그룹은 지난 9월 "친환경 레고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3년간 4억 달러(약 4735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고를 포장하는 일회용 비닐을 재활용 종이로 바꾸고, 레고 블록은 화학물질 대신 사탕수수를 이용해 만들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레고 그룹은 공장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발생한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레고 그룹은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도 해왔다. 1978년 당시 레고 디자이너였던 뉘고르 크누센은 피부가 샛노란 미니 피규어를 처음 제작했다. 특정 인종이나 성별을 정해두지 않고, 아이들의 상상력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디자인이었다.

구 교수는 "사회적인 흐름에 발맞추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장난감 제조사들도 성별이나 인종, 환경 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