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비? 바이올린 하나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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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12 06:00

[포기란 없다! 세계 탐험 이야기] 로리 리(Laurie Lee)

어느 한여름 아침, 영국에서 살던 로리는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길을 떠났어요. 아는 거라곤 스페인어 한 문장뿐이었지만 로리는 스페인을 걸어서 여행하기로 결심했어요. 여행 경비는 바이올린을 연주해 가면서 벌기로 했지요. 로리 인생에서 최초의 외국 여행이었답니다.

19세 청년 로리는 바이올린을 담요로 싸고, 셔츠 몇 장과 손전등 하나, 간단한 음식 몇 가지로 배낭을 꾸려 고향인 영국 글로스터셔를 떠났어요. 하지만 식량으로 준비한 비스킷은 여행 몇 시간 만에 다 먹어 버렸답니다! 여행 첫날밤, 비를 맞으며 배수로에서 잠을 자려니 비참한 기분이 들었어요. 당장에라도 여행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물론 이대로 돌아가면 형제들이 놀릴 것이 뻔했어요. 로리는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서 여행을 계속했어요.
	여행 경비? 바이올린 하나면 충분하지!
바이올린 연주와 유쾌한 무도회

로리는 바이올린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려니 막막하고 부끄러웠어요. 연주할 장소를 찾다가 마침내 어느 다리 아래로 정하고 여행 비용을 위해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어요. 무척 떨렸지만 걱정했던 것처럼 경찰이 잡아가지도 않았고,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도 없었어요. 사실 로리의 연주를 듣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로리가 놓아둔 모자에 동전을 툭 던져 주더니 음악도 듣지 않고 가 버렸어요. 처음으로 번 돈이었지요. 로리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요. 어디를 가든 거리 공연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든든했어요.

스페인의 마을들은 아주 조용해서, 젊은 영국인이 바이올린을 들고 마을에 온 것만으로도 시끌벅적해졌어요. 매일 저녁 마을 주민들은 로리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했고, 거리는 흥겨운 음악과 웃음소리가 넘치는 유쾌한 무도회장이 되었어요. 로리의 바이올린 덕분이었답니다.

별빛 아래서 잠들다

스페인에서 첫날밤을 맞이한 로리는 간신히 바람만 피할 정도의 잠자리를 만들었어요. 바이올린은 옆에 두고 배낭을 메고 바위를 침대 삼아 잠을 청했지요. 딱딱한 바위에서 자려니 몹시 불편했어요. 게다가 들개들이 으르렁거려 푹 자기도 힘들었어요. 다행히 로리는 점점 캠핑 기술이 늘었고 별빛 아래서 잠드는 아늑한 밤들을 편안하게 느끼게 되었어요.

갈리시아의 비고에서부터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까지 걸어서 여행하니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어요. 갈리시아는 '1000개의 강이 흐르는 땅'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이 많아 로리는 맑고 깊은 강에서 수영을 즐겼어요. 모자 없이 다니다가 스페인의 맹렬한 햇볕에 온몸이 타서 큰 고생도 했고 일사병에도 걸렸답니다. 다행히 물과 잠자리를 제공해 주는 친절한 사람을 많이 만나 위험한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지요. 걷다가 힘들 때면 당나귀 수레를 얻어 타고 다음 마을까지 가기도 했답니다.

집으로 가야 할 때

세고비아에서 로마식 수로도 보고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여행하던 로리는 곧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어요. 그리고 스페인 남부 어느 바닷가에 이르러 그만 바이올린을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바이올린은 산산조각이 났고, 전쟁이 시작됐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된 거였지요.
나의 영웅이 된 이유

저는 로리가 쓴 책 ‘한여름 아침에 길을 떠났을 때’를 무척 좋아해요. 이 책을 통해 느리게 여행하는 법과 단순하게 사는 법을 배웠거든요. 로리는 제 여행 스타일을 만들어 주었답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바이올린을 배우고 로리의 여행을 따라가 보았지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기, 돈이 멀어질까 걱정하는 마음, 낯선 사람들의 친절, 아름다운 풍경, 차가운 강물에서의 수영 등을 다 겪어 봤어요. 이 멋진 경험들은 오래전 로리의 여행길과 무척 닮았답니다.


위대한 모험가들: 20명의 모험가들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

앨러스테어 험프리스 글 l 케빈 워드 그림 l 박여진 옮김 l 애플트리태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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