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후 변화 소송 이끈 환경운동가

"우리는 대단한 걸 바라지 않아요. 단지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을 뿐이죠."

유럽 33개국을 상대로 기후 소송을 제기한 포르투갈 남매 소피아(16)·안드레(13) 올리베이라가 지난 7일 어린이조선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피아와 안드레는 지난해 9월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않아 우리의 신체·정신적 건강과 인권을 침해했다"며 유럽 국가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지난 11월 30일(현지 시각) 이들의 기후 변화 소송에 대해 '적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기후 변화의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각국 정부는 2월 말까지 지구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일 구체적인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어른들도 하지 못한 기후 소송을 주도한 올리베이라 남매를 국내 언론 최초로 인터뷰했다.

소송 이후 어떻게 지냈나요.

안드레: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환경 시위에 참여할 수 없어서 주로 집에 있다는 점만 빼고요. 소송 이후 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했지만, 딱히 유명해진 것 같지는 않아요(웃음). 이 사건을 통해 기후 변화에 책임을 느끼는 어른들이 늘어났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언제부터 기후 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졌나요.

안드레: 우리나라(포르투갈)에 큰 산불이 일어났던 2017년부터였어요. 당시 이상기후 때문에 발생한 산불로 120여 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죠. 전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았는데요. 이때 천식 증상이 더욱 심해졌어요. 공기 중의 연기와 재 때문에 숨쉬기가 어려워졌고, 그로 인한 발작도 종종 찾아왔죠. 또 폭염이 오래 이어지며 바깥 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어요. 기후 변화는 제 일상을 흔들어놨어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소피아: 생태·생물학자이신 부모님 덕분에 우리 남매는 어려서부터 늘 지구와 환경, 생태계에 관한 대화를 나눠왔어요. 저녁 식사 때면 식탁에 둘러앉아 코로나 바이러스부터 멸종위기 생물, 기후 변화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죠.

어린이가 유럽 강국을 상대로 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어떻게 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나요?

소피아: 기후 변화에 어른들 책임이 크지만, 그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우리마저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른들은 돈과 성공에만 집착한 나머지 다음 세대에게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아요. 우리 목소리를 통해 이런 나쁜 인식을 바꾸고 싶었죠. 그러다 아버지 친구를 통해 '세계법률행동네트워크(GLAN)'라는 단체를 알게 됐어요. 단체 변호사 분들이 소송 준비를 도와주셨죠. 함께 소송에 참여한 다른 4명의 친구도 이곳에서 만났어요. 소송비용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했어요. 우리 뜻에 동참하는 많은 이들이 돈을 보탰죠. 총 1만7000달러(약 1860만원)에 달하는 돈이 모였어요.

평소 환경 보호를 위해 어떤 실천을 하는지 궁금해요.

소피아: 거창할 것 없어요. 제철·지역 음식 위주로 먹고 고기는 덜 먹으려 노력해요. 과도한 육식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거든요.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잖아요. 평소 물과 전기를 절약(節約)하고 물건은 최대한 재활용하죠. 지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안드레: 우리는 조만간 '미래를 위한 금요일(Frydays For Future)'이라는 국제 환경 단체에 합류해 시위를 벌일 계획이에요. 피켓을 들고 정부와 기업들에 환경 보호 대책을 내놓으라고 외치려고요. 다 함께 행동하면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달할 거예요.

기후 변화에 책임이 큰 어른들이 더 소극적인 것 같아요.

소피아: 기후 변화는 모두에게 중대한 문제예요. 지켜야 할 가족과 삶의 터전이 있잖아요. 환경을 보호하려면 돈이 많이 들 거라 생각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이 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해수면이 높아져 도시가 물에 잠기고, 가뭄과 폭염으로 인간의 삶이 사라진다면 이를 복구하는데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지 않을까요?

정말 생각하는 게 남다르네요. 두 사람은 평소 어떤 학생인가요?

안드레: 공부만 좀 잘할 뿐, 그저 평범한 학생이에요(웃음).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