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평범한 농민이었어. 그런 내가 농민을 이끌고 싸움터에 나간 건 나랏일을 하는 관리들이 자기 욕심만 채우느라 백성을 못살게 굴었기 때문이야. 특히 고부 군수*인 조병갑은 터무니없는 세금을 걷어 가난한 농민의 곡식을 죄다 빼앗아 갔어. 농민들은 화가 나서 관아로 몰려가 관리들을 혼쭐냈지. 그리고 관아의 창고를 열어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 줬어. 나라에서는 그제야 놀라서 얼른 새 관리를 보냈지만, 그 관리도 백성을 우습게 알았단다. 나는 백성을 괴롭히는 썩은 관리들을 혼내 주고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농민을 이끌었어. 농민군은 전주를 손아귀에 넣고 공주까지 나아갔지. 하지만 모든 백성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 한 우리의 뜻은 끝내 펼치지 못했어. 그래도 힘없던 백성이 세상을 바꾸려 했던 그 씩씩하고 굳센 정신은 지금도 높이 기린단다.

*고부 군수: 전라도 고부 지역 관청의 우두머리.

"원한 맺힌 백성 위해… 학정 없애고자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