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여우 한 마리가 들판을 돌아다니다 풀을 뜯는 양 떼를 보았어요. 여우는 군침을 흘리며 중얼거렸어요.

"아, 맛있겠다! 저 통통한 새끼 양 한 마리만 잡아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사납게 생긴 양치기 개가 양 떼를 지키고 있었어요. 여우는 양치기 개의 눈치를 살피며 멀리서 양 떼를 지켜봤죠. 그런데 잠시 후, 눈을 부릅뜨고 양 떼를 지키던 개의 눈꺼풀이 슬슬 무거워지기 시작했어요.

"하암~. 아무 일도 없으니 졸리네. 하긴, 감히 누가 내가 지키는 양 떼를 넘보겠어. 그럼 잠깐 눈 좀 붙여 볼까."

개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여우는 신이 났어요.

"기회는 이때야. 몰래 양 떼 사이로 숨어들어 가서 새끼 양 한 마리를 낚아채서 후다닥! 아, 생각만 해도 배불러!"

여우는 조는 개를 깨우지 않고 조심스럽게 양 떼 사이로 숨어드는 데 성공했어요. 그런데 막 새끼 양을 덮치려던 순간 그 모습을 본 어미 양이 큰 소리로 우는 것이 아니겠어요?

"매애애애!"

졸고 있던 개가 순식간에 눈을 번쩍 떴어요. "뭐야, 무슨 일이야!"

여우는 막 새끼 양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던 모습을 들키고 말았어요.

"아하하, 새끼 양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그만…. 핥아주려던 거였어요."

하지만 개는 여우의 교언영색에 속지 않았어요.

"그래? 그럼 나도 너를 귀여워해 주지. 이리 와 봐."

개가 이를 드러내고 다가오자 여우는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어요.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듯하게 꾸며서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를 뜻하는 말이에요. 비슷한 말로는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어요. ‘입에는 꿀이 있고 배 속에는 칼이 있다’는 뜻으로, 말로는 친한 척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해칠 생각을 하는 상황을 가리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