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6년 국내 최초로 '소년조선일보'에 실렸던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를 소개합니다. 안응렬 전 한국외대 교수가 번역한 어린왕자는 1956년 4월 1일부터 5월 17일까지 소년조선일보와 조선일보에 번갈아 연재됐습니다. 60여 년 전 신문 속 어린왕자! 지금의 표기법과는 일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 시절 번역투를 오롯이 느껴보시라고 그대로 옮깁니다.

내가 여섯 살 적에 한번은 ‘체험한 이야기’라고 하는, 처녀림(處女林)*에 대한 책에서 훌륭한 그림을 하나 보았다. 그것은 ‘보아’라는 구렁이가 맹수를 집어삼키는 그림이었는데, 그것을 옮겨 그리면 이렇다.
그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보아’ 구렁이는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집어삼킨다. 그리고나서는 꼼짝을 못하고 먹이가 소화되는 여섯 달 동안은 잠을 잔다.
그래서 나는 밀림에서 일어나는 일을 여러 가지로 곰곰히 생각해 보고, 나도 색연필을 가지고 첫번그림을 그리고야 말았다. 내 첫번그림 그것은 이러했다.
나는 그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이며 내 그림이 무서우냐고 물어 보았다.
어른들은 “모자가 왜 무섭겠느냐?”고 대답했다.

내 그림은 모자가 아니고 ‘보아’ 구렁이가 코끼리를 삭이고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른들이 알아볼수 있도록 ‘보아’ 구렁이의 속을 그려 보았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들려 주어야하는 것이다.
내 둘째그림은 맨 아래와 같았다. 어른들은 나 보고 속이 보이고 안 보이고 하는 ‘보아’ 구렁이 그림은 집어치우고 차라리 지리역사산수 문법에 취미를 붙이는 것이 좋을게라고 했다. 이리해서 나는 여섯살 적에 훌륭한 화가로서의 장래를 버리게 되었다.
나는 첫번 그림과 둘쨋번 그림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낙심이 되었었다. 어른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언제나 언제나 그 분들에게 설명을 해준다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힘이드는 노릇이다. (계속)

*처녀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