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약·바둑알 모양 초콜릿, 매직 패키지에 잉크 색까지 비슷한 음료수
아이들은 식품과 화학제품 혼동할 수 있어… "사고 예방 위해 규제 필요"
아이들은 식품과 화학제품 혼동할 수 있어… "사고 예방 위해 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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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말표산업의 실제 구두약.
2 CU가 말표 산업과 손잡고 내놓은 초콜릿 상품 ‘말표 종합선물 셋트’.
3 GS25가 문구 기업 모나미와 협업해 출시한 ‘유어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큰 병이 모나미 유성매직 모양을 본뜬 음료수다.
4 캐러멜 모양의 지우개.
5 CU의 ‘최강 미니 바둑 초콜릿’. 실제 바둑알과 흡사한 모양의 초콜릿이다.
8세, 12세 자매를 키우는 홍지형(45)씨는 1년 전 깜짝 놀랄 만한 일을 경험했다. 당시 일곱 살 난 둘째가 캐러멜을 먹고 맛이 이상하다며 홍씨에게 달려온 것. 자세히 살펴보니 캐러멜이 아니라, 캐러멜과 똑같은 모양의 지우개였다. 지우개를 감싼 포장 종이부터 제품이 담긴 통까지, 언뜻 보면 실제 캐러멜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 홍씨는 한 편의점 업체가 새롭게 선보인 '구두약 초콜릿'을 보고 또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구두약 초콜릿은 구두약 통에 초콜릿을 담은 제품. 제품 포장이 시판 중인 구두약과 똑같이 생겼다. 홍씨는 "구두약 초콜릿을 보니 1년 전 아이가 지우개를 삼킬 뻔한 기억이 떠올랐다"며 "인지 능력이 성인보다 낮은 아이들은 자칫 잘못하면 진짜 구두약을 초콜릿으로 착각하고 먹을 수 있다. 어린이 안전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구두약·바둑알·시멘트 등 '비(非)식품' 패키지를 활용한 신개념 간식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바둑통에 바둑알과 똑같이 생긴 초콜릿을 담아 출시하는 식이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선 안 되는 것의 경계가 흐려져 어린이가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멘트 팝콘부터 구두약 초콜릿, 잉크 음료수까지
지난 1일 편의점 CU는 구두약 제조 업체인 말표산업과 손잡고 컬래버레이션 상품 6종을 내놨다. 구두약 모양 틴케이스에 가나초콜릿, 오레오 등 인기 초콜릿 간식을 담았다. GS25도 지난 18일 문구 회사 모나미와 펜 디자인을 활용한 음료를 출시했다. 모나미 대표 문구 상품인 '모나미매직'의 특징을 살려 음료수 병을 제작했다. 내용물도 매직 색과 비슷한 검은색, 빨간색 등이다. 올해 세븐일레븐은 시멘트 브랜드 '천마표'와 협업한 간식 상품 '천마표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중 천마표 팝콘의 경우 실제 시멘트 포장과 유사한 과자 봉지에 시멘트 색깔의 팝콘이 들었다. 이 밖에도 딱풀 모양의 딱풀캔디(세븐일레븐), 바둑알과 흡사한 바둑 초콜릿(CU) 등이 있다.
편의점 업계가 비식품 업계와 활발한 컬래버레이션(협업)에 나선 데는 '펀슈머'의 영향이 크다. 펀슈머란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소비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이를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소비를 인증하는 게 익숙한 MZ세대는 남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색다른 제품을 원한다"며 "시멘트와 팝콘 등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소비자 이목을 사로잡으려 편의점 업계가 비식품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일 편의점 CU는 구두약 제조 업체인 말표산업과 손잡고 컬래버레이션 상품 6종을 내놨다. 구두약 모양 틴케이스에 가나초콜릿, 오레오 등 인기 초콜릿 간식을 담았다. GS25도 지난 18일 문구 회사 모나미와 펜 디자인을 활용한 음료를 출시했다. 모나미 대표 문구 상품인 '모나미매직'의 특징을 살려 음료수 병을 제작했다. 내용물도 매직 색과 비슷한 검은색, 빨간색 등이다. 올해 세븐일레븐은 시멘트 브랜드 '천마표'와 협업한 간식 상품 '천마표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중 천마표 팝콘의 경우 실제 시멘트 포장과 유사한 과자 봉지에 시멘트 색깔의 팝콘이 들었다. 이 밖에도 딱풀 모양의 딱풀캔디(세븐일레븐), 바둑알과 흡사한 바둑 초콜릿(CU) 등이 있다.
편의점 업계가 비식품 업계와 활발한 컬래버레이션(협업)에 나선 데는 '펀슈머'의 영향이 크다. 펀슈머란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소비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이를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소비를 인증하는 게 익숙한 MZ세대는 남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색다른 제품을 원한다"며 "시멘트와 팝콘 등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소비자 이목을 사로잡으려 편의점 업계가 비식품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립스틱 사탕 맛본 아이, 진짜 립스틱 깨물기도… 어린이 안전 주의보
문제는 이 같은 제품이 어린이 안전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인지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화학제품과 식품을 분별하지 못하고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김태연(45)씨는 "아이가 어릴 때 립스틱 모양 사탕을 사준 적 있는데, 그 후 화장대에 놓인 립스틱(립밤)을 호기심에 깨무는 모습을 봤다"며 "구두약, 잉크 등 화학제품 디자인을 식품 포장에 활용한 제품이 늘면 어린이 삼킴 사고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어린이가 유해 물질을 마시거나 삼키는 사고는 자주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안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접수된 어린이 장난감(완구) 관련 사고 6253건 중 절반 이상(52.9%)이 삼킴·삽입 사고였다. 사고 발생 건수도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강모(42)씨는 "아홉 살 난 아이와 편의점에 가면 초콜릿과 젤리 등 각종 간식이 아이 눈높이에 맞게 진열돼 있다"며 "장난감인지, 먹어도 되는 간식인지 구별 안 될 때가 있다. 안전을 위해 제품 포장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시장과 여론 향배를 지켜보는 추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본지 전화 통화에서 "현재까지 우리 매장에서 판매한 제품으로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해당 제품군에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상품을 개발할 때 더욱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은희 교수는 "어린이가 직접 구매하거나 섭취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소비자 안전을 해칠 가능성 있는 제품의 경우 출시 자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위해예방팀 관계자 역시 "기업들의 콜라보 제품 출시가 불법은 아니지만, 경각심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제품 사용 시 주의 사항을 안내하는 등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제품이 어린이 안전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인지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화학제품과 식품을 분별하지 못하고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김태연(45)씨는 "아이가 어릴 때 립스틱 모양 사탕을 사준 적 있는데, 그 후 화장대에 놓인 립스틱(립밤)을 호기심에 깨무는 모습을 봤다"며 "구두약, 잉크 등 화학제품 디자인을 식품 포장에 활용한 제품이 늘면 어린이 삼킴 사고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어린이가 유해 물질을 마시거나 삼키는 사고는 자주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안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접수된 어린이 장난감(완구) 관련 사고 6253건 중 절반 이상(52.9%)이 삼킴·삽입 사고였다. 사고 발생 건수도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강모(42)씨는 "아홉 살 난 아이와 편의점에 가면 초콜릿과 젤리 등 각종 간식이 아이 눈높이에 맞게 진열돼 있다"며 "장난감인지, 먹어도 되는 간식인지 구별 안 될 때가 있다. 안전을 위해 제품 포장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시장과 여론 향배를 지켜보는 추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본지 전화 통화에서 "현재까지 우리 매장에서 판매한 제품으로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해당 제품군에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상품을 개발할 때 더욱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은희 교수는 "어린이가 직접 구매하거나 섭취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소비자 안전을 해칠 가능성 있는 제품의 경우 출시 자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위해예방팀 관계자 역시 "기업들의 콜라보 제품 출시가 불법은 아니지만, 경각심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제품 사용 시 주의 사항을 안내하는 등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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