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어린 친구는 놀랍게도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언제 '보아'구렁이 뱃속에 코끼리 들어 있는 거 그려 달랬어? '보아'구렁이는 아주 위험한 거야. 그리구 코끼리는 아주 거치장스럽구. 우리 집은 아주 조그마해. 난 꼭 양이 있어야겠어. 나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그래서 나는 양을 그렸다.
그랬더니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 한다는 소리가,
"틀렸어! 이건 벌써 병이 잔뜩 들렸는데 다른걸 하나 그려줘."
또 그렸다.
어린 친구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생글 웃었다.
"이거 봐 아저씨… 그건 양이 아니구 숫양인데 뿔이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또 다시 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먼젓번 것들 모양으로 퇴박을 맞았다.
"이건 너무 늙었어. 난 오래 살 수 있는 양이 갖구 싶어."
기관을 뜯기 시작할 일이 급하기에 나는 더 참을 수가 없어 이 그림을 아무렇게나 끄적거려 놓고 한 마디 툭했다.
"이건 상자다. 네가 가지고 싶어하는 양은 이 속에 있다."
그러나 천만 뜻밖에도 어린 재판관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게 바루 내가 갖고 싶어하던 그림이야! 이 양은 풀을 많이 줘야 할가 아저씨?"
"왜?"
"우리 집은 아주 조그마하니까 말이야."
"이거면 넉넉해 내가 준 양은 아주 조그마한 거니까."
그는 머리를 숙여 그림을 들여다 보더니,
"그렇게 작지두 않은데 뭐. 아! 양이 잠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이 어린왕자를 알게 된 것이다. (계속)

★ 60여 년 전 ‘소년조선일보’에 실렸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입니다. 그 시절 번역투를 느껴보실 수 있도록 그대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