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빈(서울 추계초 2) 양은 자주 가던 밥집이 사라져 속상한 마음을 4행짜리 짧은 시(詩)에 녹여냈다.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폐업한 건 아닐까, 시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끝을 맺는다. 추계초에선 정 양을 비롯한 학생 한 명 한 명이 '꼬마 시인'으로 통한다. 4학년 강호윤 군은 '세상에 맛없는 라면은 없다'며 라면 사랑을, 5학년 이하율 양은 키가 크지 않아 답답한 심정을 동시(童詩)에 담았다.
추계초는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아이들이 지은 동시와 손수 그린 삽화를 엮어 문집을 펴내고 있다. 이름은 '가을 시내(추계·秋溪)의 노래'〈사진〉. 최근 다섯 번째 문집이 나왔다. 문집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 300여 명의 시가 빼곡히 실렸다.
추계초는 매년 10~11월 '시가 있는 주간'을 운영한다. 이때 학생들이 작성한 시를 모아 문집으로 발간한다. 학생들은 우정, 학교생활 등 자신이 쓰고 싶은 내용을 마음껏 시로 표현한다. 문예·독서 교육 담당 장영미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바빠 시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며 "정제된 언어로 일상을 담는 시는 어린이의 인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시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된다"며 "시집을 받아든 아이들은 친구와 선·후배 시를 찾아 읽고, 좋은 시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올해 초 발간된 시집은 '코로나19' 관련 동시가 주를 이뤘다. '코로나 너는 참 나빠!/ 죄없는 사람들을 병들고 죽게하잖아/코로나 너는 참 나빠!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게 하잖아!/ 코로나 넌 그래야지만 속이 시원했냐?(5학년 오정아), '작년에는 자유롭게/ 놀 수 있었던 운동장/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놀 수 없는 운동장(3학년 이효민)' 등 학생들은 코로나로 엉망이었던 지난 한 해를 나름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유상(4학년) 군은 "옛날에 쓴 글들을 보면 뿌듯하다"면서 "시집을 읽으며 다른 친구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 시집을 받아든 박지후(6학년) 양은 "일 년에 한 편씩 시를 쓰며 많은 것을 배운다"며 "함축적인 비유로 가득한 시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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