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 살펴보니
신체적 약점 놀리거나
의자 빼는 행동도 폭력

피해자 고통 고려해
장난·학교폭력 판단

'기분 나쁜 별명 부르기' '의자 빼기' '뒤통수 치기'는 장난일까 학교폭력일까? 장난과 학교폭력의 판단 기준은 뭘까. 이화여자대학교 학교폭력예방연구소의 '학교폭력 판례 분석 연구'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학생이 피해를 입었다면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 학기에 만난 친구와 가까워지기 위해 장난을 치더라도, 반드시 친구 기분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상대방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면 학교폭력이나 다름없다.

2013년 서울행정법원은 신체적 약점을 들추며 '돌출 입' '돼지'라는 별명을 부르고 자를 휘두른 행위가 학교폭력이라고 판결했다. 장난이라도 피해학생이 괴로움을 느꼈다면 학교폭력이라는 것이다.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 전송도 학교폭력이라고 봤다. 가해학생 측은 "공연성(公然性)*이 없으므로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규정하는 명예훼손과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학교폭력은 법에서 나열하는 명예훼손·모욕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가 학교폭력"이라고 했다.

의자 빼기, 벌레 던지기, 뒤통수 때리기 같은 도를 넘는 장난도 학교폭력이다. 2014년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서 가해학생 측은 "같은 반 학생끼리 장난을 친 것인데, 피해학생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창원지법은 "단순한 괴롭힘이라고 해도, 학생의 신체·정신적 피해를 수반했으므로 학교폭력"이라고 판단했다.

상급생이 하급생을 "혼내주겠다"며 찾아다니는 행위도 학교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대구지방법원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위해를 가할 듯한 언행을 보여 정신적 고통을 줬으므로 학교폭력"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연구소는 "바람직한 학교폭력 처리 방향은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은 자신의 행위를 책임지고 반성하게 하는 것"이라며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화해하고 학교생활을 원만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학교폭력 사건의 특수성과 교육적인 관점을 고려한 판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앞으로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선수는 선수 선발과 대회 참가가 제한된다. 프로스포츠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는 학교폭력 이력이 없음을 확인하는 서약서를 받는다. 대회 출전을 할 때는 학생부 또는 학교폭력 기록에 대한 학교장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공연성: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