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기없는월요일' 캠페인 접하고 단체 설립
학교·기업 등에 채식 급식 제안… 환경 교육도
채식에 관심 갖고 실천하는 모습 볼 때 '보람'

만약 어떤 사람이 일주일에 하루 '이것'을 한다면, 30년산 소나무 15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일주일에 하루 '이것'을 실천하면 차 500만 대 분량의 하루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가져온다. 과연 '이것'은 뭘까?

정답은 '채식'이다. 일주일에 고작 하루만 고기 반찬 대신 채소를 먹으면 이와 같은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망가진 자연을 되살리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이니 큰 맘 먹고 도전해야 할 것 같다고? 채식환경운동단체 '한국고기없는월요일'의 이현주(53) 대표는 "한 번에 고기를 끊기는 어려워도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멀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약 15만 명에서 지난해 150만~200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30일 인천에서 이 대표가 운영하는 한 약국에서 그를 만났다.

"실천 쉬운 채식 캠페인 고민하다 '고기없는월요일' 만들었죠"

지난 2010년 '한국고기없는월요일' 단체를 창립한 이 대표는 한약국을 16년째 운영하고 있는 한약사다. 친구의 권유로 채식을 시작한 그는 채식 한약재만 처방하는 한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채식 한약국은 약제를 만들 때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다.

"많은 사람이 다 같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채식 캠페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차에 '고기없는월요일' 운동을 알게 됐죠. 사비를 털어 관련 단체를 만들었어요. 직접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활동가를 모집했습니다. 지금은 11명 활동가들이 각각 홍보, 기획, 통역 등 직무를 맡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죠."

'고기없는월요일'은 2003년 미국 고등학생들의 비만 관리 프로젝트에서 출발, 2009년 영국 팝 밴드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제안하며 전 세계로 퍼진 환경 캠페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덴마크, 중국, 일본 등 40여 국이 동참하고 있다.

한국고기없는월요일이 하는 일은 '채식에 관한 모든 것'이다. 공공기관·학교·기업 등에 주 1회 채식 급식을 제안하고, 환경과 먹거리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이후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없는 식단을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학교 급식에 '채식의 날'과 '고기없는월요일'을 도입한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두 제도를 확대했고, 인천시교육청도 관내 모든 학교에서 올해부터 월 2회 이상 채식 급식을 제공하도록 했다.


"지구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어제도 밤 11시까지 해외 환경단체와 화상회의를 했다는 이 대표에게 '고기없는월요일'의 활동만으로도 벅차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채식 운동을 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커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세상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 내게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그레타 툰베리 같은 10대 환경운동가가 많다"고 했다. 그가 강연을 갔던 한 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채식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며 어른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먹거리 동아리' 활동을 하다 채식에 관심이 생겨 주 1회 채식 급식을 이끈 학생들도 있었다. 이 대표는 "요즘 어린이·청소년들은 스스로 지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며 "어린이·청소년들이 기후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채식 급식이 늘어나고 '한국의 툰베리'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무작정 채식 급식을 먹으라 하기에 앞서 채식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부터 제대로 시행돼야 해요. 기후변화와 먹거리 안정성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면 자발적으로 채식을 실천하는 아이들이 늘어날 겁니다. You are what you eat. 여러분이 먹는 것이 여러분을 만듭니다. 우리 몸은 지구의 다른 생명들과 모두 연결돼 있어요. 지구를 살리는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나도 건강해집니다."

이현주 대표는 한약사가 되기 전 여러 분야에 도전했다가 쓴 실패를 맛봤다. 대학 졸업 후 귀농(歸農)했다가 빈손으로 도시로 되돌아왔다. '사람을 치유'하려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찾다 한약을 공부하기로 결심, 30대 중반 한의대에 들어가 한약사가 됐다. 현재 이 대표는 완전한 채식을 하고 있다. 우유는 물론 어떤 유제품도 섭취하지 않는다. 단백질은 두부, 콩, 잡곡 등에서 얻는다. 이 밖에 브로콜리, 케일 등 녹색 채소부터 견과류, 김과 같은 해조류 등 다양한 음식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다. 그는 “원래 고기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채식주의자가 되는 게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면서 “오히려 채식을 시작하면서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고, 요리하는 것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 소화불량이 있었는데 채식을 시작한 이후 속이 불편한 증상이 사라졌어요. 또 나이 들면 살이 찌기 마련인데, 몸에 군살이 붙지 않더군요(웃음). 늘 몸이 가볍고 건강한 기분이에요. 또 자연에서 얻은 건강한 재료만 먹으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