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산게임 시즌2 리턴즈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인기 스트리머(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 '양띵'이 진행한 '트위치' 라이브 방송. 양띵은 '초통령'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최초로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한 유튜브 스타다. 여전히 어린이 사이에 유명인인 그는 현재 트위치를 주요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가상의 돈을 버는 놀이를 연출했다. 실시간 방송을 지켜보려는 시청자만 4만여 명이 몰렸다.

게임 방송으로 시작… 콘텐츠 다양해져
후원하면 소통 가능 "방송 일원된 기분"
부모 몰래 기부 등 문제도… 지도 필요

세계 게임 스트리밍 시장 70% 차지

트위치는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다. 세계 최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 중 하나로 실시간 방송 중심이라는 점이 유튜브와는 다르다. 특히 어린이를 비롯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의 이용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7~9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 우리나라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엔터테인먼트(오락) 앱으로 꼽히기도 했다(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앱애니 기준).

2007년 설립된 트위치는 스트리머가 게임 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이른바 '겜방(게임 방송)' 플랫폼이 시초다. 2014년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인수되면서 다른 분야로도 방송 영역을 넓히는 추세지만 여전히 겜방이 주요 콘텐츠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트위치 스트리머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본명 이상혁)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트림랩스에 따르면 세계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서 트위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로 비(非)대면 콘텐츠 바람이 불면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트위치에서 게임 방송을 즐겨 본다는 손정우(울산 옥동초 5) 군은 "직접 내가 하지 않고도 편하게 게임 콘텐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보는 사람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방송

"시청자가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강나원(서울 성신여중 1) 양은 트위치의 매력이 "소통"이라며 "내가 방송을 만드는 일부분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유튜브보다 트위치를 선호하는 Z세대는 트위치의 '도네이션(후원)' 문화에 주목한다. 트위치 시청자는 원한다면 후원을 통해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말을 걸 수 있다. 웃긴 목소리로 메시지를 보내 게임에 집중한 진행자를 방해한다거나, 자기 의견을 움직이는 영상 등으로 다른 시청자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 스트리머는 이러한 시청자 참여를 기꺼이 받아들여 쌍방향 방송을 완성한다.

트위치를 흥(興)하게 하는 도네이션 문화가 독(毒)이 되는 경우도 있다. 스트리머에게 더 많은 금액을 후원할수록 이러한 소통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중학생이 부모 몰래 후원금으로 3000만 원을 쓰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장은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관심 받고 싶다는 욕구가 큰 나머지 이런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한 번 더 생각하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지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Z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 타고 유행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는 친목 활동이나 학습, 쇼핑 등 거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 인터넷을 활용한다. 직접 게임을 접속해서 즐기기보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게임 영상 보기를 즐긴다는 점도 윗세대와 다르다. 앱애니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월평균 게임 이용 시간을 비교한 결과 25세 이상이 Z세대 보다 30％ 더 오래 게임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신 Z세대는 스트리머의 게임을 간접 체험하며 수백, 수천의 시청자와 함께 소통하는 새로운 놀이 문화에 빠져들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트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