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석(67) 명지대 정보통신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최초로 몽타주 기술을 개발한 '몽타주 전문가'다. 30년 넘게 사람 얼굴을 들여다본 '얼굴 분석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3일 경기 성남에서 그를 만났다.


"빠르고 섬세한 몽타주 제작 기법, 제 손에서 탄생했죠"

"예전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몽타주를 그려야 했어요. 어느 세월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겠어요?"

최 교수는 용의자 검거를 위해 목격자의 진술 과정에 필요한 몽타주 제작 프로그램을 1997년에 개발했다. 이듬해 경찰은 해당 프로그램을 공식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몇몇 국가기관이 쓰는 몽타주 작성 프로그램도 최 교수가 만든 것을 발전시킨 것이다.

"1997년 이전에도 미국서 도입한 몽타주 기법이 활용됐지만, 얼굴을 색종이로 오려 붙인 정도로 거칠게 구현하는 수준에 불과했죠. 저는 이마·눈·코·입술 등 얼굴 여러 부위를 매끄럽게 이어 붙이고, 부위별 조합 시간을 0.1초로 짧게 단축하는 데 집중했어요. 한국인 얼굴 데이터베이스도 제가 처음 구축했고요."

최 교수는 홍익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가나자와대 전기정보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공대생이 어쩌다 얼굴 연구에 빠지게 된 걸까.

"박사 논문을 써야 하는데,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연구를 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공학(工學)과 얼굴을 연계한 연구는 거의 없었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나이·유전 등 생물학적 정보와 심리 상태까지, 무한한 정보가 들어 있는 얼굴을 활용해 인류에 쓸모 있는 기술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최 교수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이었다"며 "개인용컴퓨터(PC)조차 없던 시기여서 대학원에서 남들이 컴퓨터를 안 쓰는 새벽 시간마다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가 맨 처음 만든 건 부모 얼굴 조합으로 자녀 얼굴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얼굴 부위를 각각 조합해 수많은 얼굴을 만들어내는 몽타주 기술을 개발했다.

범죄자·독립운동가… 다양한 인물 감정 의뢰

최 교수는 "1990년대 말 부산 연쇄살인 사건 범인을 검거한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미국 시스템으로 만든 첫 몽타주는 범인과 워낙 달라 수사에 진척이 없었죠. 이후 제 프로그램으로 몽타주를 다시 그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이 잡혔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몽타주 중요성이 인정받은 계기였죠."

30년 넘게 수많은 사람 얼굴을 분석해온 최 교수는 현재 민간·국가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인물 감정 의뢰를 받는다. 지난 4월엔 유관순 열사 옥중(獄中) 사진과, 학교 단체사진 속 유 열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얼굴을 비교해 같은 사람인지 판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최 교수는 "머리와 이마 사이, 눈썹과 눈 사이 등 얼굴 비율을 하나하나 비교한 결과 같은 사람이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어릴 적 얼굴을 토대로 미래의 달라진 얼굴을 예측하기 위해 만든 '얼굴 예측시스템'은 이산가족 상봉 분야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용의자와 CCTV에 찍힌 인물이 같은 사람인지 경찰 측이 물어오는 일도 많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경영·패션·스포츠 등 여러 분야 직업인들 얼굴을 깊이 연구해 각각 책으로 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얼굴을 분석해 직업 적합도를 제시하는 'BFTI(두뇌·얼굴 기반 재능 예측 지수, Brain & Face based Talent Index) 기술'도 개발 중이다. "왜 이렇게 얼굴에 집착하느냐고요? 여러분도 지금 거울을 한번 보세요. 얼굴에는 가장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