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셨습니다
길상효 외 9명 글 | 노준구 그림 | 비룡소 | 1만3000원

"본인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원격 수업을 위한 가상현실(VR) 교실에 입장해 주세요."

제나는 오늘도 방 안에서 가상현실 교실에 접속한다. 요즘 제나를 멀리하는 단짝 친구 시은이가 아직도 메일을 읽지 않아 속상하지만 교실에서 울음을 터뜨릴 수는 없다. 제나가 울면 아바타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 친구들에게 그대로 보여서다. 오늘 수업은 가상 공원에서 돌과 식물, 곤충을 채집하고 기록하기. 개울가에서 돌멩이를 줍던 제나는 선생님이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한 금지 구역에 실수로 발을 내딛고 만다. "하늘에 떠다니는 저 물방울 모양 캡슐은 뭐지?" 그때부터 제나의 눈에는 다른 친구들의 속마음과 걱정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들의 속마음을 이렇게 엿봐도 되는 걸까? 시은이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 거지?

모든 수업을 가상현실로 하고 감정, 기억과 연결된 속마음이 읽히는 세계. 10대를 위한 SF(공상 과학 소설) 단편 10편을 엮은 '당첨되셨습니다' 중 아홉 번째 소설 '속마음 도둑' 속 이야기다. 이 작품은 '친구들을 직접 만날 일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 갈등도 없어질까?' 물음을 던지며 정말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닌 내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죽지 않는 뱀파이어 아줌마가 있는 떡볶이 가게부터('떡볶이 집의 불사신'), 인공지능(AI) 신(神)이 선사하는 선물에 당첨돼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상황('당첨되셨습니다'), 들어갔다 나오면 뻥튀기처럼 몸이 성장하는 캡슐 기계('코쿤')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상상력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