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 이젠 너의 생각을 볼 수 있어."

생각만으로도 스마트폰에 문자를 입력할 만큼 빠르게 글을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머릿속으로 키보드를 누르는 수준을 넘어 '생각' 그 자체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겁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의 프랜시스 윌렛 교수 연구팀은 12일(현지 시각)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은 팔다리가 마비된 65세 남성의 뇌에 알약만 한 컴퓨터 칩을 이식했어요. 뇌파 측정 장치를 머리에 씌우고 컴퓨터와 연결했지요. 환자는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이때 칩은 뇌 속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 피질'의 뉴런 신호를 읽어들여 컴퓨터로 전송했습니다. 컴퓨터는 받은 신호를 손가락 움직임으로 재(再)해석, 환자가 원했던 생각을 글자로 표현했습니다. 실험 결과 글자를 쓰는 상상만으로 1분에 90자를 입력할 수 있었어요.

뇌과학자들 사이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라 불리는 이 분야는 현재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현재 연구 단계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상용화될 전망이죠. BCI 기술이 일상에서 자유롭게 활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이 기술은 몸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수화(手話)를 배우지 않아도 될 것 같고요. 머릿속 생각을 그대로 써서 화면에 보여주면 되니까요. 장애인과 비(非)장애인 간 소통도 원활해지겠죠. 손을 못 쓰는 사람은 자유롭게 필기하며 공부할 수도 있을 겁니다. 메모를 해야 하는 급한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되겠죠.

이 기술이 널리 퍼진다면 세상이 아주 조용해질 수도 있겠죠. 목소리로 대화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일은 조심해야 할 거예요. 누군가 나의 뇌와 연결된 컴퓨터를 해킹한다면, 내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달될 것이고, 또 솔직한 생각이 세상에 그대로 드러나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은 이 같은 기술이 생긴다면 어떨 것 같은가요? 의견을 이메일(kid2@chosun.com)로 보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