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이어 이젠 바다 위 배들도 혼자 움직이는 시대다. 선장, 선원 없이 스스로 항해하는 '완전 자율 운항 선박'이 국내 최초 운항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 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Avikus)'는 지난 16일 경북 포항 운하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사람 개입 없이 자율 운항(運航)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운항은 국내 최초 '완전 자율 운항' 사례다.

총 길이 10㎞의 포항 운하는 수로 폭이 10m에 불과하다. 주변에 다른 배들도 모여 있어 운항이 까다로운 곳. 아비커스 선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오직 인공지능(AI) 기술로만 움직였다. 스스로 항구를 떠나 바닷길을 항해한 뒤, 다시 항구로 돌아와 정박하는 단계까지 마쳤다. 아비커스 선박에는 자율 주행 자동차에 탑재되는 특수 카메라와 레이저 기반 센서 등이 적용됐다. 선원 없이도 해상 날씨나 어선 출몰 등 다양한 돌발 상황에 선박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앞으로 자율 운항 기술은 여객선과 화물선 등 모든 선박에 적용될 예정이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이번에 성공한 선박 완전 자율 운항 기술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자율 운항 레저보트를 세계 최초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커스 측은 해상 교통이나 물류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자율 운항 선박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어큐트 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 운항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엔 2357억 달러(약 26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영국, 노르웨이, 미국 등 세계 각국이 다양한 자율 운항 선박을 개발, 항해를 시도하고 있다.

자율 운항 선박 기술이 발달하면 해상 안전과 물류 산업의 효율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자율운항선박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KASS) 측은 "기존 선원의 역할을 AI가 대체하면서 인적(人的) 사고를 줄일 수 있고, 물류 산업에서 운영비를 최대 22％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