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동 1가 39-51

1950년 6·25전쟁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기듯 도망 나온 수십만 피란민은 남쪽 항구도시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피란민들은 낯설고 막다른 도시에서 판자촌, 천막촌을 지어 몸을 뉘었다. 제대로 된 보금자리는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했지만, 모두 살아보겠다고 악착같이 버텼다.

부산항과 부산역 인근에 있는 40계단은 전쟁통의 애환이 깃든 장소다. 현재 이곳에는 다양한 모습의 동상(銅像)들이 세워져 있다. 중절모를 쓰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남정네, 등에 아이를 업고 머리에 물동이를 인 아낙네, 뻥튀기 기계 앞에서 귀 막은 아이들, 양손에 물 양동이를 든 소녀, 피곤을 이기지 못해 철푸덕 누워버린 지게꾼 청년…. 70여 년 전 아코디언 연주자는 계단 한구석에 앉아 이곳을 오가는 피란민들의 아픔을 위로했으리라. 경쾌하면서도 구슬픈 아코디언 가락을 배경으로, 피란민들은 저마다 간절한 희망을 품고 계단을 오르내렸을 것이다.

40계단 축조 시기는 대략 1909~1912년 사이. 일본인들이 인근 주택가에서 해안가로 가는 길을 잇기 위해 두 산봉우리(영선산과 영국 영사관산)를 깎아 만드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한다. 원래 있던 40계단은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로 불타 사라졌다. 이후 그 자리에서 남쪽으로 25m 정도 떨어진 곳에 지금의 계단이 조성됐다.

우리 민족의 치열한 생존 현장이던 40계단.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인지 '별것 없다'고 실망하며 돌아서는 관광객들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곳을 지날 일이 생기면, 계단을 한 칸 한 칸 천천히 오르며 땀과 눈물로 얼룩졌을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