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세금에서 20미소를 썼어요.”

지난 8일 부산 송수초등학교 5학년 2반의 점심시간. 한 학생이 칠판 옆에 붙어 있던 ‘우리 반 세금’ 숫자를 2647미소에서 2627미소로 내리며 말했다.

이곳은 유튜브 ‘세금 내는 아이들’을 운영하는 옥효진 선생님의 교실이다. 옥 선생님의 학급은 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작은 국가’나 다름없다. 미소는 교실에서 통용되는 화폐 단위. 학생들은 반에서 맡은 일에 따라 직업을 갖고 월급을 받는다. 그 돈으로 ‘교실 국세청’에 세금을 내고, 은행 예·적금을 들기도 한다. 사업자등록 후 가게를 열거나 주식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1년 동안 생산·소비·투자 활동을 하며 경제를 몸으로 배워간다.

일하며 돈 벌고 '선생님 몸무게' 주식에 투자!

"신용 등급이 몇 등급이에요?" "2등급입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 서너 명이 은행원 역(役)을 맡은 이혜민 양 앞에 줄을 섰다. 예금과 적금을 넣기 위해서다. 이자율은 신용 등급과 가입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높은 이자를 받으려면 일기와 숙제 등을 성실하게 제출해서 신용 등급을 올려야 한다. 혜민 양은 친구가 내민 통장에 이자를 더한 잔고를 기록하고 '꽝' 도장을 찍어줬다.

한쪽에서 열린 시장에서는 젤리, 과자 등의 판매가 이뤄졌다. 소매상 박성빈 군은 "교실 청소부로 일해서 한 달에 310미소를 받는데 세금을 떼면 얼마 안 남는다"며 "부업으로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빈 군은 도매상에게 젤리 10개를 70미소에 사 와서 개당 9미소에 판다. 여기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돈은 기본적으로 일을 해서 벌 수 있다. 경찰, 신용평가위원, 우체부, 통계청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이 있다. 하는 일에 따라 월급도 다르다. 매달 세금, 자리 임대료, 전기요금, 건강보험료, 급식비를 제외한 금액을 받게 된다.

돈을 빨리 벌고 싶은 아이들은 주식 투자를 한다. 주식 상품은 선생님 몸무게. 몸무게가 0.1㎏ 증가할 때마다 수익률이 1％ 오른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매일 던져주는 정보를 토대로 미래 몸무게를 예측해 투자를 결정한다. 예를 들면 "어제 밥을 많이 못 먹어서 오늘 잘 챙겨 먹을 예정" "주말에 삼겹살 파티한다"는 식이다.


'재난지원금'도 지급… '돈 관리'가 더 중요

옥 선생님의 학급 화폐 활동은 2019년 처음 시작됐다. 아이들에게 딱딱한 경제 지식이 아닌, 실생활과 연관된 경제를 알려주고 싶었단다. "제가 사회인이 돼서 첫 월급을 받았는데,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예·적금은 뭔지, 대출은 어떻게 받는지…. 분명히 학창 시절에 경제 점수를 잘 받았는데도요(웃음). 책에서 배우는 경제는 어렵잖아요. 학생들에게 체험을 통해서 경제를 재밌게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화폐 교실은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구체화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등교 일수가 감소하자 실업률이 높아졌다. 세금으로 학급 마스크, 가림판을 구매해 적자(赤字)도 2500미소나 발생했다. 옥 선생님과 학생들은 긴급회의를 소집, 국채를 발행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열 체크를 담당하는 직업인 '방역 요원'도 새로 만들었다.

학년 말이 되면 경제에 까막눈이던 아이들도 점점 눈을 뜬다. 경제 책을 추천해달라고 옥 선생님을 찾는가 하면, 부모님과 뉴스를 보다가 아는 용어가 나와 반가웠다고 자랑하기도 한단다.

옥 선생님은 "앞으로 연금, 연말정산, 보험 같은 제도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돈이 최고라는 게 아니에요. '돈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배웠으면 해요. 사회인이 돼서 실패하면 회복하기 어렵잖아요. 아이들이 교실에서 충분히 '경제 연습'을 해서 사회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