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서 10대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선물한 양궁 김제덕 선수부터 자신보다 41세나 많은 베테랑 국가대표를 꺾은 '탁구 신동' 신유빈, 25년 전 맥이 끊긴 체조에서 다시 금빛 메달을 노리는 여서정과 한국 수영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황선우까지 모두 10대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를 대표하는 이들은 패기와 열정, 그리고 단단하게 쌓아 올린 실력으로 똘똘 뭉쳤다. 생애 첫 올림픽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까지 똑 닮았다.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10대 스포츠 스타, 그들의 활약상을 모았다.


강심장 韓 양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김제덕

김제덕(17·경북일고)은 도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깜짝 스타다. 신궁(神弓)으로 통하는 그는 여자 양궁 대표팀 막내 안산(20·광주여대)과 함께 24일 혼성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양궁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다. 이어 26일 치러진 남자 단체전에서도 오진혁(40)·김우진(29)과 함께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김제덕은 '강심장'을 가졌다. 올림픽 경험이 없어 긴장할 법도 하지만, 경기 중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패기를 보였다. 주변 선수들은 김제덕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평한다. 경기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기고,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꽂아 넣는다. 17세 신궁 김제덕은 오는 31일 열릴 남자 개인전에서 세 번째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승부사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신유빈(17·대한항공)은 초등학생 때부터 국가대표 상비군 명단에 오른 '탁구 천재'다. 만 14세이던 2019년 한국 탁구 선수 가운데 역대 최연소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신유빈은 탁구 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돌이 갓 지날 무렵부터 라켓을 잡았다. 지난 25일 진행된 탁구 여자 단식 2라운드에서 58세의 베테랑 니시아리안(룩셈부르크)을 4대3으로 꺾었다. 접전 끝 승리한 그는 "엄마, 아빠! 집으로 돌아가면 마시멜로 구워 먹자"고 말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신유빈은 어린이조선일보와도 인연이 깊다. '초등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던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지면에 소개됐다. 당시 그는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지면 집에 와서 펑펑 울기도 한다"며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거머쥘 것"이라고 말했다.

청출어람 代 잇는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

기계체조 국가대표 여서정(19·수원시청)은 이번 대회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그의 아버지는 '도마의 신(神)'이라 불리던 여홍철(50) 경희대 교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25년 만에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다. 여서정은 9세부터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며 체조 선수로 성장했다. 늘 아버지와 비교됐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부전여전(父傳女傳)' '청출어람(靑出於藍)'을 몸소 증명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부문에서 32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여서정 역시 2011년과 2019년 어린이조선일보와 만났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여자 도마 결선은 다음 달 1일 열린다. 그는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720도를 회전하는 '여서정 기술'로 결선을 펼칠 예정이다.

뉴 마린보이 한국 수영 새 역사 황선우

'한국 수영의 미래' '신기록 제조기' '제2의 박태환'…. 황선우(18·서울체고)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그는 박태환 이후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은 한국 수영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경기에 출전했다 하면 신기록이다. 현 자유형 100m 한국 신기록 보유자다. 하지만 기록과 주변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냥' 수영을 즐기고 싶단다. 올림픽 첫 무대였던 자유형 200m 예선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황선우는 "되게 흥미진진하네요. 수영 재밌어요"라며 덤덤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7일 오전 진행된 도쿄올림픽 200m 결승에선 아쉽게 7위를 기록했다. 다만 150m 구간까진 계속 1위를 유지하면서 한국 수영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 '첫 올림픽 결승 진출' 자체가 의미 있다. 한국 선수가 경영에서 결승에 오른 건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