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職業)은 돌고 돕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기고 또 사라지니까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8년간 등록된 새 직업은 3525개에 달합니다.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 어린이조선일보와 함께 알아봅시다.

지난 26일, 새끼 훔볼트펭귄 한 마리가 40여일 만에 알을 깨고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 몸무게가 100g 남짓한 새끼 펭귄이 가장 처음 마주한 것은 어미가 아닌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아쿠아리스트(Aquarist)들. '해양 동물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사람'을 뜻하는 아쿠아리스트들은 이곳에서 국제 멸종 위기종 1급(CITES 기준)인 훔볼트펭귄을 비롯해 동물 650종 5만5000여 마리를 돌본다. 생김새도, 습성도 저마다 다른 해양 동물들의 24시간을 책임지는 아쿠아리스트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25일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권순호 아쿠아리스트를 만나 물었다.

▲ 아직 헤엄을 칠 수 없는 새끼 펭귄들을 돌보는 권순호 아쿠아리스트.

Q. 아쿠아리스트의 아침은 어떻게 시작하나요.

"아쿠아리움에는 얼룩매가오리와 비단잉어 같은 어류(魚類) 말고도 수달·물범·펭귄 등 해양 포유류(哺乳類)와 조류(鳥類)가 살아요. 제가 주로 보살피는 동물은 훔볼트펭귄 34마리와 작은발톱수달 6마리죠. 아침에는 펭귄과 수달이 밤새 잘 잤는지, 상태가 이상한 개체는 없는지부터 확인해요. 다음으로 동물들이 생활하는 수조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먹이를 먹기 좋게 손질하지요. 이들은 하루에 양미리·틸라피아 등 생선 60~70㎏을 먹어 치운답니다."


Q. 수십 마리나 되는 펭귄을 각각 구별할 수 있나요.

"'두리' '수박이' '파초초'…. 생김새가 똑같은 것 같아도 가만히 살펴보면 배에 있는 점 위치나 개수가 모두 다르고 얼굴 모양에도 각자 특징이 있어요. 지느러미 아래 채운 색깔 띠를 보고 누군지 확인할 수도 있지요. 제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동물은 지난해 12월에 태어난 '코펭이'예요. 한 관람객이 '코로나19를 물리치는 펭귄'이라는 뜻으로 지어 준 이름이죠. 코펭이는 수정란일 때부터 신경 써서 돌봤답니다. 어미 품과 비슷하게 온도와 습도를 맞춘 인공 부화기에 넣고 1시간마다 알을 뒤집어 줬어요.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는 물에 데려와 헤엄을 치게 하고, 다른 펭귄과 사이좋게 지내도록 사회화 훈련도 시켰지요. 지금은 건강하게 자란 코펭이를 보면 아쿠아리스트로서 보람을 느껴요."


Q. 요즘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는데요.

"아쿠아리움에서도 동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요. 예를 들어, 수달에게는 장난감을 움직여서 스스로 먹이를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합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이 새로운 자극을 받고 야생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이죠. 그 밖에 사육사와 교감을 통해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진료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훈련하기도 해요."


Q. 무더운 여름이 되면서 시원한 아쿠아리움을 찾는 관람객이 늘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관람객분들께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만약 우리 집 위층에서 '쿵쿵' 하고 소리가 울리면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동물도 마찬가지예요. 귀여운 펭귄이 내가 있는 쪽을 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지만, 그렇다고 유리 벽을 두드리면 펭귄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요. 아쿠아리스트들이 맛있는 먹이를 많이 주고 있으니 먹을 것을 함부로 주는 일도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Q. 앞으로 어떤 아쿠아리스트로 남고 싶은가요.

"아쿠아리움은 관람객이 평소에 볼 수 없는 해양 동물을 구경하고 관찰하는 곳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에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 대(代)를 이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연구·교육하고 나아가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곳이죠.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수십여 종을 보호하고 있어요. 아쿠아리움에 있는 동물뿐 아니라 야생에 있는 동물의 행복도 우선으로 하는 아쿠아리스트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