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1956
어린이조선일보 입력 : 2021.07.29 03:00

★60여 년 전 ‘소년조선일보’에 실렸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입니다. 연재물은 홈페이지(kid.chosun.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린왕자 1956
넷쨋별에는 상인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어린 왕자가 왔는데 머리도 쳐들지 않았다.

"안녕. 아저씨 여송연*이 꺼졌어"하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셋에다 둘을 보태면 다섯, 다섯하고 일곱이면 열둘, 열둘에 다섯 하니까 열다섯이라. 안녕. 열다섯에다 일곱 하면 스물둘, 스물둘에다 여섯 하니 스물여섯, 재료 붙일 시간도 없다. 스물여섯에 다섯을 보태면 서른하나라. 후유! 그러니까 5억 1백 6십 2만 2천 7백 3십 1이 되는구나."

"무엇이 5억이야?"

"응? 너 그저 거기 있었니? 저어… 5억 1백만… 잊어버렸다… 하두 바빠서. 나는 착실한 사람이야, 쓸데없는 것은 않는다! 둘과 다섯이면 일곱…."

"무엇이 5억 1백만이란 말이야?"

한번 물어본 말은 평생 그저 지나쳐 본 일이 없는 어린 왕자는 다시 물었다.

상인은 머리를 쳐들었다.

"내가 쉰네햇째 이 별에서 살지만 그동안에 방해를 당한 일이 세번 밖에는 없다. 첫번은 스물 두 해 전인데 어디선지 풍뎅이가 한 마리 떨어졌었다. 그놈이 어떻게나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는지 더하기를 넷이나 틀렸었다. 둘쨋번은 십일년 전에 신경통이 일어난 일이 있었다. 나는 운동이 부족해 산보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나는 착실한 사람이니까. 세번째가… 너다! 가만있자 5억 1백만…이라고 했겠다."

"무엇이 몇억이란 말이야?"

상인은 조용히 일 할 가망이 없음을 깨달았다. (계속)

*여송연: 담뱃잎을 흡연용으로 처리해 말아 만든 막대기 모양의 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