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농작물 타고 한파에 커피콩 얼고 기후변화 막지 못하면 '식량 위기' 온다
오누리 기자 nuri92@chosun.com 입력 : 2021.07.30 03:00

국내 시금치 도매가 두 배 가까이 '껑충'
북미 바다·양식장, 조개 수백만 마리 폐사

	① 최근 연이은 폭염으로 가격이 폭등한 시금치. /연합뉴스<br>② 미국 워싱턴주(州) 피오르의 한 해안에서 조개가 입을 벌린 채 폐사한 모습. /hamahamaoysters 인스타그램
① 최근 연이은 폭염으로 가격이 폭등한 시금치. /연합뉴스
② 미국 워싱턴주(州) 피오르의 한 해안에서 조개가 입을 벌린 채 폐사한 모습. /hamahamaoysters 인스타그램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인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주째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시금치와 열무 같은 채소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고, 역대급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캐나다에선 농작물이 수확도 전 뜨거운 열기에 익어버렸다. 반면 20여 년 만에 최악의 한파가 발생한 브라질에선 커피콩 가격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기후변화를 막지 않으면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 정보에 따르면 최근 시금치, 상추, 깻잎 등 엽채류(잎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날 기준 시금치 도매가격은 4㎏당 4만4511원으로 1년 전보다 92.1% 상승했다. 시금치는 더위에 약해 보통 여름철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같은 날 청상추는 4㎏당 3만1280원으로 평년 대비 33.2% 올랐다. 일조량(日照量) 영향을 많이 받는 깻잎 역시 평년보다 2.6% 높은 1만8481원을 기록했다. 모두 폭염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하나, 수요는 그대로 유지되며 발생하는 현상이다.

100여 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찾아온 북미에선 한 해 농사를 망친 농축산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캐나다 서부 지역의 경우 나무에 달린 체리 열매가 불에 익은 듯 타버렸다. 그나마 성한 체리도 더위에 속이 다 차지 않아 주스용으로밖에 쓸 수 없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바닷가와 양식장에선 조개 수백만 마리가 열에 익어 입을 벌린 채 폐사했다. 밀밭은 누렇게 시들어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세계 최대 커피 생산지이자 수출국인 남미 브라질은 갑작스러운 한파로 커피 원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라질엔 1994년 이후 최악의 서리가 내려 아라비카 커피콩의 선물 가격이 이달 들어서만 약 30%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가 맞닿아 있다고 경고한다. 레노어 뉴먼 캐나다 프레이저밸리대 식품농업연구소장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소비자들은 기후변화로 식료품 가격 급등을 마주하게 된다"며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면 인류의 식량 생산은 완전히 끝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