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리는 송사릿과(科)의 잔고기로 몸은 길쭉하고, 옆으로 납작하다. 입은 작고 눈은 큰 편이며, 등지느러미가 꼬리 쪽으로 치우쳐 붙었다. 몸은 잿빛 갈색으로 옆구리에는 작고 검은 점이 많다. 송사리는 연못이나 논꼬(논의 물꼬)에 주로 산다. 물 위층에 무리 지어 살고, 플랑크톤을 먹으며, 수질·산소 함량 등 환경 변화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동남아가 원산지로 한국·일본·타이완·중국·베트남 등지에 분포한다.

송사리처럼 '사리'가 붙은 것은 어류 중에서 작은 것 혹은 물고기 새끼를 뜻한다. 자가사리·바가사리·전어사리 등이 있다. '자가사리가 용을 건드린다'는 말은 힘이 약한 것이 자기 힘으로 상대할 수 없는 강한 것을 함부로 건드림을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송사리의 산란기는 5~8월. 이른 새벽 4~5시경에 알을 낳는다. 한 번에 낳는 알은 10~20개쯤이지만 이곳저곳에 번갈아 낳아 모두 모으면 400~800개나 된다. 빠르면 3일 안에 부화한다.

낮엔 물 표면에 올라와 휙휙 움직이지만, 밤이 되면 수초에 숨어 밤을 새운다. 서로 텃세를 부려 힘 약한 송사리는 큰놈에게 얼씬 못 한다. 그래서 다툼이 일어나지 않고 질서를 지키는 지혜를 발휘한다. 그러지 않으면 서로 싸우느라 힘이 빠져버려 다른 물고기에게 다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송사리는 초파리처럼 한살이가 무척 짧고 새끼를 많이 치며, 실험실에서 키우기 쉬운 탓에 생물 실험에도 많이 쓰인다. 그 때문에 송사리에 대한 생태·생리·발생·유전 등이 많이 밝혀졌다. 또한 송사리는 1994년 7월 척추동물로는 최초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서 알을 낳고, 새끼까지 키운 기록도 지녔다.

● 자연과 인문을 버무린 과학비빔밥 2: 동물 편
지성사｜권오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