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텃새인 꿩은 꿩과(科)에 속한다. 닭을 닮았으며, 암컷을 까투리, 수컷을 장끼, 새끼를 꺼병이라 부른다. 꺼병이(꺼벙이)는 허우대만 크고 엉성해 보이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암탉과 수꿩 사이에서 생긴 잡종은 '꿩닭'이라고 부른다.

장끼는 화려하고 우람한 몸을 지닌 멋쟁이다. 장끼의 박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밀거래될 정도다. 푸른색 목 아래에 흰 띠가 있고, 옆구리는 황금색에 흑색 반점이 퍼져 있다. 또 진홍색의 육수(肉垂·목 부분에 넓적하게 늘어진 붉은 피부)를 갖고 있으며, 꽁지깃은 18장으로 중앙의 한 쌍이 특히 길다. 꿩 깃은 모자 장식으로 쓰였다. 옛날 어르신들은 멋을 내기 위해 중절모에 꿩 깃털을 즐겨 꼽았고, 무당은 모자에 깃을 꽂아 신의 기운을 받는 매개체로 쓰기도 했다. 꿩은 찔레 열매나 풀씨, 곡식 낟알뿐만 아니라 메뚜기·개미·거미·지네·달팽이 따위를 먹는다.

꿩 같은 날짐승의 수컷은 암컷보다 늠름하고 덩치도 크다. 암컷에게 짝을 선택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암컷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 멋지고 화려하게 진화한 것이다. 꿩은 주로 야산 자락의 덤불에 산다. 산란 철이 되면 수컷은 땅이 쩡쩡 울리도록 "꿩! 꿩!" 기운차게 소리를 낸다. 이 골짝 저 골짝 번갈아가며 힘겨루기하듯 소리를 내지른다. 보통 수컷 한 마리가 암컷 4~5마리를 거느리고 사는 장끼는 자나깨나 한눈팔지 않고 암컷을 살피고 지킨다.

'꿩 구워 먹은 소식'이라는 말이 있다. 소식이 전혀 없음을 뜻하는 말로, 음식이 귀하던 시절 꿩고기는 특별하고 양이 적어 나눠 먹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꿩고기가 생기는 날엔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소리 소문 없이 먹었던 것에서 생긴 말이다.

● 자연과 인문을 버무린 과학비빔밥 2: 동물 편
지성사｜권오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