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職業)은 돌고 돕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기고 또 사라지니까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8년간 등록된 새 직업은 3525개에 달합니다.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 어린이조선일보와 함께 알아봅시다.

장수말벌, 고추잠자리, 딱정벌레, 배추흰나비…. 여러분은 곤충의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지금까지 인류가 찾아내 이름 붙인 곤충 종류는 약 100만 종(種) 이상. 하지만 학자들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곤충이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해요. 곤충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그 수도 많습니다. 지구에 사는 개미를 한데 모으면 전 세계 인구의 몸무게를 합친 것보다 더 무거울 정도니까요. 최근 생태 에세이집 '곤충 수업'을 펴낸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20년간 곤충을 연구한 국내 최초 '메뚜기 박사'예요. 지난 19일 인천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김 연구사를 만나 곤충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20년간 국내 서식 메뚜기 50종 더 찾아내
연구 관련 곤충 채집 후, 표본 만들고 분석
곤충도 소중한 생명… 멸종 위기 경각심을

Q. 어떻게 메뚜기 박사가 됐나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1999년에 곤충학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본격적인 곤충학자의 길에 들어섰어요. 어떤 곤충을 전문으로 다룰까 고민하다가 사람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은 메뚜기를 떠올렸지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에 서식한다고 알려진 메뚜기는 120여 종이었어요. 그 후로 지난 20년간 제가 50종 이상을 새로 찾아냈지요. 최초로 발견된 생물종에는 학명*을 지을 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넣곤 해요. 학명에 제 성인 김(Kim)이 들어간 메뚜기만 5종이 있답니다."

*학명(學名): 학술적인 이유로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동식물의 이름. 라틴어로 짓는다.


Q. 새로운 곤충을 발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곤충학자는 특정한 연구 주제에 맞춰 곤충을 채집한 다음 표본*을 만들고 분석하는 사람입니다.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을 발표해 세상에 알리기도 해요. 이를 위해 DMZ(비무장지대)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을 누볐어요. 깊은 산 속을 탐사하느라 종일 굶거나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에 온몸을 물리고, 벌과 모기에 수도 없이 쏘이는 경험을 했지만 곤충학자치고는 고생한 축에도 끼지 못해요(웃음). 강원 태백산 꼭대기에서 최초로 찾아낸 산여치나 제주 동백동산에서 발견한 숨은날개털귀뚜라미 등은 고생의 결실이라 할 수 있죠."

*표본(標本): 생물의 몸 전체나 그 일부에 적당한 처리를 가해 오래 보존할 수 있게 한 것.


Q. 어릴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나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에서 논밭과 어우러진 동산을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학교까지 30분씩 걸어 다녀야 했는데 한참 걷다가 따분해지면 풀숲에 숨은 사슴벌레나 가로수에 붙은 흰불나방을 관찰하며 놀았지요. 연못에서 물방개를 잡아다 집에 그럴싸한 어항을 꾸며 키우기도 했고요. 풀잎에 붙은 애벌레를 데려다 병 속에 넣어 뒀더니 번데기에서 나방으로 변해 날아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그때 했던 즐거운 경험이 지금 저를 이 자리로 이끈 것 같아요."


Q. 요즘에는 주변에서 다양한 곤충을 보기가 어려워졌어요.

"빠르게 도시화가 이뤄진 부작용이지요. 곤충을 볼 기회도 드물고, 곤충과 마주친다고 해도 징그러운 벌레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워요. 예전에는 논밭이나 풀숲에 메뚜기가 있으면 농약을 치지 않은 건강한 환경이라고 생각해서 반가워했는데 말이지요. 채집 활동을 하다 보면 어릴 때 보던 곤충이 많이 사라졌다는 게 느껴져요. 대신 꽃매미나 미국 선녀벌레 등 외래종이 들어와서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새로운 서식지에는 천적이 없어서 빠르게 번식하기 쉬운 탓에 토종 곤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든요."


Q. 인간으로서 곤충에게 미안해지는데요.

"곤충은 생존에 필요한 잎사귀만 뜯어 먹고도 스스로 만족하는 존재예요. 그에 반해 인간은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소비하면서 자원을 낭비하죠. 욕심 많은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 때문에 많은 동식물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어요. 호랑이나 북극곰 같은 '큰' 동물은 보호해야 한다고들 하면서도, 작은 곤충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에요. 곤충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관심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 여러분이 특별히 좋아하는 곤충을 그려서 보내주세요. 설명도 함께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