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기러기목 오릿과(科)에 속하는 겨울 철새다. 한자어로 안(雁), 홍(鴻) 또는 홍안(鴻雁)이라고 하며 기러기가 먼 곳을 오가기 때문에 멀리서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안서(雁書)'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러기 속(屬)에는 '큰기러기', 털이 하얀 '흰기러기', 앞이마에 흰색 띠가 있는 '개리' 등이 있다.

큰기러기는 평균 몸길이 83㎝ 안팎에 몸무게는 수컷이 3.2㎏, 암컷은 2.84㎏이다. 암수 모두 흑갈색이고, 검은색 부리 끝에 노란색 띠가 있으며, 발은 귤색이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동물로 쉴 때도 열의 손실을 줄이느라 한쪽 다리로 서고, 머리는 뒤로 돌려 깃에 파묻는다. 또한 무리가 잠자는 사이에도 한두 마리는 늘 깨어 있어 주변을 살핀다. '기러기 가면 제비 오고 제비 오면 기러기 간다'고 10월 하순경에 남쪽에서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3월에 북으로 떠난다. 공중을 날 때는 경험 많은 길잡이 기러기가 맨 앞에서 무리를 이끈다. V자 모양으로 생긴 줄의 앞자리에 선 길라잡이는 공기저항을 많이 받아 뒤의 기러기들과 틈틈이 자리바꿈을 한다.

큰기러기는 여름에 유라시아 북부·시베리아·툰드라 지대에서 번식하는데 한 배에서 새하얀 알 4~5개를 낳는다. 암컷이 25~30일쯤 품고, 수컷은 둥지 주변을 지킨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보리나 밀 잎사귀·버려진 곡식 낟알·지푸라기 벼 이삭·잡초 씨 따위를 먹는다. 서산·금강·낙동강·주남저수지 등의 하구나 농지, 갯벌 등 앞이 탁 트인 곳에서 지낸다.

오릿과인 기러기는 암수 사이가 좋아 전통 혼례에서 '목안(나무로 깎은 기러기)'을 신혼부부에게 전하는 의식이 있다. 기러기와 거위는 어떤 관계일까? 야생 기러기를 길들이고 개량한 것이 거위다.

● 자연과 인문을 버무린 과학비빔밥 2: 동물 편
지성사｜권오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