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슬기로운 스토리 잡스] '무서운 게 딱! 좋아!' 이동규 작가

직업(職業)은 돌고 돕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기고 또 사라지니까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8년간 등록된 새 직업은 3525개에 달합니다.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 어린이조선일보와 함께 알아봅시다.

▲ 이동규 작가는 “26세에 만화에 입문할 당시 다들 ‘이미 늦었다’고 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어린이 독자들도 이루고자 하는 일을 끝까지 해내길 바란다”고 했다.

“안녕, 내가 예쁘니? 그럼 나랑 똑같이 만들어줄게!”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다가와 자신의 얼굴이 예쁘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예쁘다”고 답하지 말 것. 이 금기(禁忌) 사항을 어겼을 때는 마스크 아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여자의 얼굴을 피할 수 없다.

2000년대 초 전국 초등학생을 공포에 떨게 한 ‘빨간 마스크’ 만화 내용 중 일부다. 이동규(59) 작가는 1980년대부터 떠돌던 괴담을 당시 처음으로 어린이 공포 만화책에 옮겨 소개한 주인공. 최근 그가 ‘빨간 마스크’ ‘검은 고양이의 복수’ 등 반가운 과거 작품들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네이버 웹툰이다. 지난 3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작가 화실에서 20년 전 만화가 웹툰 ‘무서운 게 딱 좋아!’로 새롭게 태어나는 장면을 엿볼 수 있었다.

▲ 웹툰판 '빨간 마스크'를 작업 중인 모습.

절판된 추억의 공포 만화 독자 요청으로 웹툰 연재
'잘하면서 좋아하는 일' 여러분도 꼭 찾길 바라요

Q. 지난달 24일 웹툰이 처음 공개되자마자 '인기 급상승 만화' 1위에 올랐어요.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아 깜짝 놀랐어요. 과거에 그린 공포 만화책 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작품 5편을 10회가량 연재하기로 했는데, 10회 더 연장하게 됐죠. 그 덕에 정말 바빠졌어요.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지만 행복해요. 특히 독자들이 남긴 댓글로 큰 힘도 얻어요. '그 시절 우리가 함께했던 만화'라고 표현한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Q. 20년 전 출간한 만화책 제목을 웹툰에서도 그대로 쓰셨는데요.

"당시 정말 인기였죠. 어린이 도서 베스트셀러 10권 가운데 8권이 '무서운 게 딱! 좋아!' 시리즈였잖아요.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은 '이거 우리 아빠가 그린 책이야' 하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했답니다. 수많은 어린이가 제 만화를 읽고 빨간 마스크를 퇴치하는 주문을 외우고 다녔다고 들었어요(웃음). 다시 웹툰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독자들을 위해서예요. 오래전부터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찾아와 '다시 보고 싶다' '그립다'는 댓글을 남기더라고요."

Q. 원래부터 꿈이 만화가였나요?

"대학 시절이었어요.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다가 나도 모르게 밤을 새운 거예요.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죠. 공부하면서도 밤을 새워본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웃음). 그때 '아, 내가 정말 만화를 좋아하는구나' 깨닫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1987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만화에 뛰어들었어요. 만화 전문지 '주간만화' 공모전에서 신인상을 받고 데뷔했죠. 마음 속 한편에는 어린이를 위한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이 늘 있었어요. 그러다 어린이조선일보(당시 소년조선일보)에 연재를 하면서 어린이 만화 작가로 살게 됐죠."

Q. 어떤 작품이었나요?

"1995년경 '헬로 뚝딱이'라는 만화를 1년 반 정도 실었어요. 지구보다 더 발전된 외계 문명에서 온 '뚝딱이'가 우리나라의 한 가족과 함께 지내는 내용이었어요. 무언가가 필요할 때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하면 뭐든지 튀어나오는 이야기였죠. 이후 2001년부터 계림출판사에서 '으악! 너무 너무 무섭다!' 등 '으악!' 시리즈를 연재하고, 2002년부터 무서운 이야기만 모은 '무서운 게 딱! 좋아!' 시리즈를 시작했죠. 그 무렵 소재를 얻으려고 공포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괴담을 참고하기도 했고요."

Q. 꿈이 있다면.

"예전처럼 학습 만화가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어린이 만화가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무서운 게 딱! 좋아!'라는 인기 만화를 세상에 남길 수 있어서 기쁘지만 그걸 넘어서 '이동규 작가'라는 제 이름도 더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겁니다. 어린이를 만나면 늘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운이 좋게도 '잘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 같아 늘 감사해요. 어린이 여러분도 꼭 그런 꿈을 찾길 바라요."

▲ 네이버 웹툰 홈페이지

'무서운 게 딱! 좋아!'는

2002년 3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총 16권이 나온 베스트셀러다. 이 중 12권을 이동규 작가가 ‘이구성’이라는 필명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절판(絶版)돼 구하기가 어렵다. 웹툰판에서는 시대 흐름에 따라 몇몇 장면이 수정됐다. 만화책에서는 직접 친구를 만나러 가서 친구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 웹툰에서는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듣는 식. 종이와 펜으로 그리던 작업 방식도 태블릿과 펜 마우스, 3D 디지털 도구 등을 활용하며 훨씬 더 수월해졌다고. 이동규 작가는 “책은 지면이 정해져 있다 보니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이야기를 더 길게 쓸 수 없었다”며 “웹툰은 한계가 없어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20년 전 초등생 오싹하게 했던 그 만화 웹툰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