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주인공 4인

'빌리'가 돌아왔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우연히 발레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안 탄광촌 소년 빌리가 아빠와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발레리노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05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初演)하고 세계 각지에서 공연하며 큰 흥행을 거뒀다. 한국에서는 2010년, 2017년 두 차례 관객을 만났다. 지난달 빌리 엘리어트가 세 번째 국내 공연의 막을 올렸다.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포부다.

천재 발레 소년 빌리로 분해 뮤지컬 무대에 서려면 '빌리 스쿨'이라는 자체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선발 과정과 동시에 이뤄지는 훈련 기간만 18개월. 완벽한 공연을 위해 여러 춤을 소화하는 능력, 빌리와 어울리는 신체 조건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160여 명의 경쟁자 사이에서 혹독한 심사를 뚫고 '2021년 빌리'로 활약 중인 이우진(인천 해원초 6)·전강혁(인천 부평동초 6)·김시훈(서울 영서초 5)·주현준(서울 한신초 5) 군. 네 명의 주역(主役)을 지난 10일 공연장이 있는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노래·발레·춤 수없이 반복… '빌리'는 훈련의 결과

"무대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온전히 빌리가 되는 기분이에요."

험난한 연습 과정에서 힘들었던 시간은 눈 녹듯 사라지고 무대에 오르는 설렘만 남았다는 빌리 4인방. 이들은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터지는 박수 세례를 마주할 때 가장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만큼 이들이 중심이 돼 3시간가량의 뮤지컬 무대를 이끌어야 한다. 수많은 대사와 노래는 물론 발레, 탭 댄스, 애크러배틱 댄스(아슬아슬한 곡예 동작을 곁들여 추는 춤), 재즈 댄스까지 소화하는 것은 기본. 네 명 모두 "평소 축구, 수영 등 운동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했지만, 빌리 스쿨의 훈련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강혁·우진 군은 "스쿼트, 버피 테스트 운동과 필라테스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시훈·현준 군은 "겁이 많아 공중제비 같은 곡예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기술이 늘어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매일 몇 시간씩 고되게 연습하면서도 이들이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빌리'라는 캐릭터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일곱 살 때부터 꾸준히 발레를 했어요. 그러다 원작 영화 '빌리 엘리어트' 속 주연 배우 제이미 벨의 빌리 연기를 보고 한눈에 반했죠. 가족과 맞서면서도 춤에 대한 의지를 강렬하게 나타내는 모습에 '나도 최고의 발레를 보여주는 빌리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강혁)


"끈기의 '빌리'처럼 꿈과 희망 가졌으면"

배우 4인방은 뮤지컬 속 인물인 빌리를 "끈기 있는 친구"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최종 합격한 비결 역시 공연에 대한 애정과 진득한 근성이 빌리와 닮아서다. 시훈 군은 "역경 속에서도 포기 않는 빌리처럼 힘들 때도 안무 선생님 말씀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쫑긋 세웠다"고 말했다.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항상 제 턱에 남들 눈엔 안 보이는 모터가 달렸다고 생각하려 해요. 그러면 쉬지 않고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답니다!"(현준)

긴 오디션 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은 '진짜' 친구가 됐다. 시훈 군은 "연습 후에 함께 치킨을 먹으면서 한숨 돌리고, 놀이터에서 술래잡기하며 뛰어놀던 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똘똘 뭉친 빌리 4인방의 목표는 오직 '빌리'. 이들은 모두 "좀 더 크면 어른이 된 빌리, 빌리의 형인 토니, 빌리의 아빠 역할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연을 본 관객이 꿈과 희망을 느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들이 무대에 오르는 이번 빌리 엘리어트 공연은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