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푸세식 화장실, 박쥐에겐 '최고의 피난처'
백승구 기자 eaglebsk@chosun.com 현기성 인턴기자 입력 : 2021.10.20 03:00
 /뱅거대학교
/뱅거대학교
으스스한 분위기와 구릿한 냄새로 사람들의 기피 장소인 '푸세식(재래식) 변소'가 박쥐에겐 아늑한 침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뱅거대학교와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등 공동 연구진은 '아프리카 생태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화장실과 박쥐 서식 유무(有無)를 조사했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화장실에선 박쥐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푸세식 화장실 7곳 중 6곳에선 박쥐를 찾아냈다. 특히 지은 지 10년 가까이 된 오래된 푸세식 화장실에선 9~13마리 박쥐가 무리를 이뤄 살고 있었다. 확인된 박쥐의 종(種)은 큰귀틈새얼굴박쥐와 이집트 틈새얼굴박쥐, 하트코박쥐 등이었다.

박쥐가 더러운 푸세식 화장실을 거처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푸세식 화장실의 독특한 구조에 있었다. 푸세식 화장실의 경우 해충(害蟲)과 악취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구덩이를 깊게 판다.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地熱) 덕에 구덩이 안이 따뜻하게 유지된다. 또 사람이 발을 헛디뎌 빠지지 않도록 구덩이 입구를 좁게 만든다. 이는 덩치가 큰 다른 포식동물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도시화로 살 곳을 잃은 박쥐들에게 푸세식 화장실이 새로운 피난처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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