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년 된 '십자군 검', 지중해 해변서 발견
오누리 기자 nuri92@chosun.com 입력 : 2021.10.21 03:00

예루살렘 차지 위한 200년 종교전쟁
이스라엘 하이파만, 12세기 십자군 점령
조개 뒤덮여 산소 차단된 칼, 보존 완벽

	/AP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해변에서 900년 전 십자군 전쟁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검(劍)이 발견됐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유물관리국(IAA)은 십자군 전쟁 유물로 추정되는 검〈사진〉을 지중해에 접하는 항구도시 하이파만 인근 바다에서 발견했다고 18일(현지 시각) 밝혔다. 하이파는 12세기 초 십자군이 점령했던 곳으로, 선원들의 은신처 역할을 했다고 BBC는 전했다.

검은 칼날 길이만 1m에 달했다. 수백년간 바다에 잠들어 있던 탓에 표면에 돌과 조개껍데기가 잔뜩 들러붙은 채로 발견됐다. IAA 조사관인 니르 디스텔펠드(Nir Distelfeld)는 "현재 무게는 5~6㎏이지만 검 자체는 이보다 훨씬 가벼운 1~2㎏ 정도로 추정된다"며 "900년 전 유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완벽하다. 산소가 차단된 상태로 모래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로열홀러웨이 런던대학교에서 십자군 역사를 가르치는 조너선 필립스 교수는 "당시 병사들이 해변에 정박하면서 이슬람 세력과 전투를 치렀다"며 "이번에 발견된 검은 십자군의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십자군 전쟁은 11~13세기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해 8회에 걸쳐 벌인 종교전쟁이다. 예루살렘은 그리스도교·이슬람교·유대교 등 세 종교가 저마다 성지(聖地)로 받드는 곳. 하지만 이슬람 세력인 셀주크 튀르크가 예루살렘을 정복한 후, 그리스도교도의 예루살렘 방문이 막혔다. 결국 서유럽은 전쟁을 통해 예루살렘을 탈환하려고 했다.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이들의 속내는 저마다 달랐다. 교황은 동방(東方)에 그리스도교를 퍼트리고자 했고, 재산이 많지 않은 중세 시대 영주는 더 넓은 땅을 차지하려고 했다. 또 상인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했다. 이렇게 시작된 전쟁은 1096년부터 1272년까지 약 200년간 이어졌다. 그사이 십자군은 침략을 일삼는 무법자 집단으로 변했다. 결국 십자군 전쟁은 실패로 돌아갔고, 예루살렘은 오랫동안 이슬람교도의 차지가 됐다.

십자군 전쟁 후 유럽 사회는 큰 변화를 겪었다. 전쟁을 주도한 교황의 권위는 크게 떨어졌고, 교회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도 줄었다. 이는 유럽에서 중세 시대의 몰락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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