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1주기] 어린이에게 알려주는 '이건희의 新경영'
오누리 기자 nuri92@chosun.com 입력 : 2021.10.22 03:00

"기업은 미래를 고민하고 인류에게 공헌해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오는 25일 경기 수원 선영(先塋·조상이 묻힌 곳)에서 열릴 예정이에요. 추모식에는 부인 홍라희 전(前) 리움미술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 중심으로 일부 관계자만 참석할 거라고 해요.

이 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自宅)에서 지병으로 쓰러진 후 오랜 투병 끝에 지난해 10월 25일 향년(享年·한평생 산 나이)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는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사업가이자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 기업인이에요.

시사종합월간지 '월간조선'은 지난 18일 발간한 최신호에서 '별세 1주기'를 맞아 '이건희의 신(新)경영'을 재조명했는데요(취재기자 권세진). 그의 경영철학과 국가관, 세계관을 자세히 다뤘어요.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를 꿈꾸는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핵심 포인트를 요약·정리해 소개합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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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量)보다 질(質)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처음 언급한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질(質) 위주의 경영’을 가장 많이 외쳤어요. 당시 삼성 임원들은 ‘질’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이 회장의 목소리를 연상하곤 했죠.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을 촬영한 사내방송 영상에서 뚜껑 부분에 불량이 생긴 세탁기를 직원이 손봐서 출시하는 장면을 이 회장이 본 거예요. 그는 회사 책임자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 엉터리 물건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보냅니까? 공장에서 불량품 한 대라도 나오면 그건 죄악입니다. 그런 라인은 완전히 가동 중단해야 합니다. 불량품을 내놓으면 기업 이미지만 나빠지고 장사는 더 안됩니다. 양은 버려도 좋으니 무조건 질 위주로 가야 합니다.”
2. 미래를 내다보는 눈

이 회장은 ‘미래 예측력’을 가졌어요. 경영자인 동시에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설계하는 기획자였죠. 그는 삼성의 미래를 그리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앞날을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는데요. 후대(後代)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답니다.

그는 그룹 임원에게 “21세기에는 창조성과 개성이 있는 업종과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젊은 사람이 신바람 나게 움직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러면서 “철강, 반도체, 자동차, 전자 같은 대형 산업과 사회 인프라를 지금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수 있다”며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지요.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답니다.
3. 사람 중시

이건희 회장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했어요. 계열사 사장들에게 “삼성은 모든 분야에서 1등이어야 한다. 1등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내가 다 지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죠. 이 회장은 계열사의 직원 채용, 기계와 물품 구입 등을 결정해야 할 땐 늘 “가장 좋은 사람, 좋은 것으로 하라”고 했어요. 이 회장은 “(일하는) 사람이 일류(一流)여야 기업이 일류가 된다”고 했죠. 그는 우수한 인재에 대한 욕심이 컸어요. 그렇다고 ‘스펙(spec·겉으로 드러나는 조건을 일컫는 말)’ 위주로 사람을 판단하진 않았답니다. 연령과 경력, 학력 등을 중시하는 한국식 인사(人事)의 틀을 깬 사람이 바로 이건희 회장이에요. 그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사람은 주기(週期)가 있어서 잘될 때가 있고 안될 때가 있습니다. 실수했다고 바로 바꿔버리고 그러면 인재가 클 수 없습니다. 몇 달이든 몇 년이든 전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4. 최고의 위기관리

이 회장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을 가장 싫어했어요.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그룹은 큰 성과를 내며 회사 규모가 커졌는데요. 동시에 크고 작은 사고도 이어졌죠. 주로 이 회장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건설과 중공업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좀처럼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던 그가 그룹 간부들에게 크게 화를 낸 적도 있지요. 이 일이 있은 후 삼성은 그룹 전체적으로 최고 수준의 위기관리 대책을 마련했답니다.
5. 사회적 책임

이 회장은 ‘복지 1등 기업’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였어요. 또 국민을 향한 사회공헌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그는 “이익의 10%는 소외계층을 돕는 데 써야 한다” “기업은 인류에 공헌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경기가 나빠 수익이 좋지 않을 때는 사회공헌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임원에게 “삼성은 항상 모범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최근 들어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은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를 강조하고 있어요. ESG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말해요. 이 회장은 시대를 앞서 ESG를 실천한 기업인이었어요. 그를 가까이 모셨던 현명관 전(前) 삼성 비서실장은 “지금 우리에겐 이건희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답니다.

이 회장 별세 1주기를 맞은 지금, 그룹 경영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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