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네 가족은 날이 밝기도 전에 담는사두악(Damnoen Saduak) 수상(水上) 시장에 도착했어. 담는사두악 수상 시장은 방콕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10㎞ 떨어진 곳에 있는 시장이야.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에는 독특한 재래시장이 있는데, 바로 거룻배에 물건을 싣고 물길을 따라 떠다니며 장사를 하는 수상 시장이야. 거룻배는 짐이나 사람을 태워 나르는 작은 배인데 돛도 없고 갑판도 없어. 옛날에는 육로 교통보다 수상 교통이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이런 수상 시장이 만들어진 거야.

요즘은 태국 사람들도 대형 쇼핑몰, 편의점, 백화점 등 다양한 현대식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사. 그래서 대부분의 수상 시장은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로 남아 있어. 하지만 담는사두악 시장은 아직도 태국인이 장을 보러 가는 곳이라 그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지.

와,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북적이네. 태국은 한낮에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더워. 그래서 많은 이들이 해가 뜨기 전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거야. 수상 시장은 좁은 운하를 따라 먹을거리와 물건을 실은 거룻배들이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일명 '떠다니는 시장'이야. 방콕에서는 이런 운하를 '클롱(Khlong)'이라고 불러. 클롱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도 있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있어. 클롱 양쪽에 사람들이 사는 집이 이어져 있고, 가게도 있어. 포도, 망고, 바나나와 코코넛 등 과일을 실은 배도 있고, 식료품과 잡화가 가득 실린 배도 있어. 저쪽에서 한 아주머니가 손짓하며 과일이 실린 배를 부르네. 배들이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니까 장을 보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돼서 참 편리하겠지? 클롱 왼쪽에 실크 스카프 가게가 보여. 수지는 태국이 실크로 유명한 나라라는 사실이 생각났어.

"엄마, 저기 실크 스카프 가게가 있어요. 우리 가서 구경해요!"

"그러자. 그런데 잠깐, 물건을 사기 전에는 가격부터 따져 봐야 해. 태국에서 사용하는 돈의 단위는 '밧(Baht)'인데 1밧은 우리 돈으로 35원 정도야. 그럼 얼마인지 대충 계산해 볼까?"

밧으로 표시된 가격을 우리 돈으로 환산하니까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냥 갈까? 아니지. 어느 나라나 재래시장에서는 가격표에 실제 받을 가격보다 조금 높은 숫자를 써 놓는단다. 그러니까 우선 흥정을 해 봐야지. 가격표에 적힌 가격의 3분의 1에 달라고 해 볼까? 너무 야박하다고 느끼면 아예 대꾸를 하지 않을 테니까 우선은 반값에 달라고 하는 게 좋겠어. 흥정 끝에 싸게 사면 기분이 좋겠지? 이게 바로 재래시장의 묘미란다.

● 둥글둥글 지구촌 시장 이야기
석혜원 글 | 김석 그림 | 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