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정보 쏙쏙, 우리 아이 쑥쑥] 마취와 비행기 조종의 공통점 아나요?
장영은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입력 : 2021.11.09 03:00
 [의학 정보 쏙쏙, 우리 아이 쑥쑥] 마취와 비행기 조종의 공통점 아나요?
여러분은 비행기를 타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비행기에 탑승해 출발을 기다릴 때면 긴장되지만, 이륙 후 창밖의 멋진 풍경에 마음이 금세 안정되곤 하죠. 하지만 착륙을 앞두고 다시 한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마취 심도(深度) 모니터링 기계. /서울대어린이병원
마취 심도(深度) 모니터링 기계. /서울대어린이병원
마취통증의학과(痲醉痛症醫學科) 의사들은 비행기 기장(機長)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듯 마취 중 자신의 의식과 몸을 맡기는 환자를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배웁니다. 마취의 목적은 환자의 의식 수준을 낮추고 통증을 차단해 수술을 잘 받도록 돕고, 안전하게 의식을 회복시키는 데 있어요. 마취용(用) 약물은 환자 호흡이나 혈압, 심박수를 떨어트릴 수 있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마취 유도(誘導)와 회복 과정의 두 순간을 비행기의 이착륙과 같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긴장 속에서 바삐 움직인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환자가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직접적으로 알 방법이 없었어요. 비행기가 날고 있는데 고도계나 속도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죠. 마취가 깊으면 소리나 통증 같은 외부 자극에 환자가 반응하지 않고 호흡수나 심박수, 혈압 등이 낮아지게 돼요. 반대로 마취가 얕으면 환자가 외부 자극에 반응해 심박수나 혈압이 증가하고, 수술 중 갑자기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장영은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장영은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다행히 25년 전, 뇌파(腦波)를 이용해 마취의 깊이를 측정하는 모니터링 기계가 개발됐답니다. 이 기계는 이마에 붙이는 센서에서 얻은 뇌파를 분석해 환자의 의식 수준을 0점(뇌의 활동이 거의 없음)부터 100점(완전히 깬 상태)까지 점수로 보여줍니다. 의사들이 뇌파를 지켜보며 마취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거죠. 이를 통해 수술 중 환자가 너무 깊이 잠들거나 갑자기 깨지 않도록 약물을 조절할 수 있게 됐지요. 보통 전신(全身) 마취일 때는 '40~60점' 사이를 유지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장비들이 개발됐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뇌파의 주파수나 패턴을 해석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있어요. 어린이를 마취할 때 사용하는 센서는 성인(成人)과 다른 것을 사용해요. 혹시 주변에 마취를 앞두고 걱정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환자가 잠든 사이 누구보다 열심히 깨어 환자를 돌보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