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은 무역의 날] 우리나라 무역 성장史

오는 5일은 제58회 '무역(貿易)의 날'이에요. 정부는 수출 1억 달러를 처음 달성한 1964년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지정해 기념했지요. 그러다 1990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무역의 날'로 바뀝니다. 2011년 12월 5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어요. 이날을 기념해 무역의 날을 12월 5일로 변경해 지키고 있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달 2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무역 규모는 1조2419억 달러(수출 6362억 달러, 수입 60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요. 수출은 전년 대비 24.1%, 수입은 29.5% 증가한 수치예요. 무역 규모 순위는 영국, 이탈리아보다 앞서는 세계 8위를 기록했죠. 지난달에는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월간 기준 6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어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를 뚫고 얻어낸 결과인데요. 세계는 물류 대란(大亂), 에너지 대란, 반도체 대란에 저(低)성장·고(高)물가 상황에 처해 있어요. 우리나라가 위기 속에서 선전(善戰)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석유 제품,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첨단(尖端)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조업(製造業)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에요. 해당 품목들은 코로나 회복세 속에서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습니다.

국토 면적 세계 108위인 대한민국이 세계 8위의 무역 대국(大國)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무역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의 무역 성장사(史)를 알아봅시다.

"산업화만이 우리의 살길"… 공업 수출국의 씨앗

1953년 6·25전쟁의 페허 속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轉落)해요. 대부분의 산업 시설이 파괴된 상황에서 쌀, 김, 면직물, 광물 등 1차 생산품이 수출 품목의 70~80%를 차지했죠. 당시 주력 수출품 중 하나가 구둣솔, 페인트 솔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돈모(豚毛)', 바로 돼지털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나요? 반도체,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오늘날엔 상상이 안 되는 얘기죠. 이토록 열악한 상황 속에서 당시 국가 지도자들은 '공업 수출국 건설'을 위한 씨앗을 심었답니다.

미국은 1952년 12월 한국 경제 재건(再建) 계획을 담은 '네이산 보고서'에서 "한국은 농업 강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이에 반대했어요. 1953년 4월 "전쟁이 끝나면 철강 산업 진흥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죠. 이 대통령은 기회가 날 때마다 "산업화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강조했어요. 이승만 정부의 의지는 1956년 인천 대한중공업공사(오늘날 현대제철)에 제강(製鋼·강철을 만듦) 공장이 건설되는 것으로 열매를 맺지요. 이는 향후 포항제철 건설로 이어졌어요. 또 공업화와 외국 선진 기술 도입에 역점을 둔 경제 개발 3개년 계획이 수립되는데 이후 박정희 정부의 5개년 계획으로 계승됩니다.


경공업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 구조 개편

한국 수출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쓴 것은 1960년대부터예요. 1961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개발 5개년 계획과 수출 주도형 개발 정책을 추진하면서 수출이 활기를 띠기 시작해요. 1960년대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41%로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룩했죠. 우리나라는 이때 저개발국가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합니다. 1970년대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의 개편이 이뤄졌어요. 기계, 선박, 철강 등의 중화학공업 제품들이 수출의 40~50%를 차지했죠. 1973년과 1978년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도 1977년에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합니다.

1980년대는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물가 안정까지 이뤄냈죠. 수출 규모는 4배로 증가했고, 28.7%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은 2.3%까지 떨어졌어요. 1986년엔 역사상 처음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합니다. 특히 전기·전자와 자동차 부문에서 수출이 늘어났어요.


국민·기업·정부가 함께 이룬 '기적의 대한민국'

1990년대는 선박 수출 세계 1위를 달성합니다. 반도체가 단일 품목으론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했어요. 1995년엔 수출 1000억 달러를 넘어서요. 1997년 국가 부도 위기, 이른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으며 어려움에 처하지만 온 국민이 단합해 위기에서 벗어났죠. 2000년대 이후 반도체, 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 품목이 수출을 이끌며 국가 경제를 튼튼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힘을 모아 이룩했고 동반 성장한 과정이 '한강의 기적'이요, '대한민국의 무역 성장사'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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