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족에겐 '선행 DNA'가 있다
신승민 기자 ssm0716@chosun.com 입력 : 2021.12.07 03:00

동생은 머리카락 잘라 암 환아 가발로
오빠는 저금통 털어 의료 구호단체에

	부모와 자녀가 모두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조성진 해군 중령 가족의 단란한 모습. 아버지 조 중령과 어머니 남정주 소령, 아들 조현무 군과 딸 조하연 양.
부모와 자녀가 모두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조성진 해군 중령 가족의 단란한 모습. 아버지 조 중령과 어머니 남정주 소령, 아들 조현무 군과 딸 조하연 양.
'기부 실천' 조성진 해군 가족을 소개합니다

"필승! 아빠, 나 머리 이만큼 자랐어요~ 이제 기부할래요!"

기부(寄附)는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숭고(崇高)하고 아름답다. 본지(本紙)가 연말을 맞아 '작은 실천'으로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 '따뜻한 가족'을 소개한다. 해군본부 정책실에서 함정(艦艇) 병과 장교로 근무하는 조성진(39) 중령(진급 예정) 가족이 주인공. 해군사관학교(이하 해사) 59기 출신인 조 중령은 한 기수 위인 아내 남정주(40) 소령(평택 해군 2함대 복지지원대장)과 2005년 결혼, 슬하에 조현무(충남 계룡 금암초 6) 군과 조하연(금암초 2) 양을 뒀다. 지난달 25일 하연 양은 6살 때부터 2년간 길러온 머리칼을 동네 미장원에서 싹둑 잘랐다. 머리카락 길이는 30㎝. 정성 들여 기른 것을 과감히 자른 이유는 소아암(小兒癌)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기부'하기 위해서였다.
	조하연 양은 최근 2년간 기른 머리를 잘라 소아암 환자 가발을 만드는 데 기부했다.
조하연 양은 최근 2년간 기른 머리를 잘라 소아암 환자 가발을 만드는 데 기부했다.
소아암 환자 위해… 2년간 머리 길러 기부한 하연 양

하연 양은 다음 날 부모와 함께 머리카락을 곱게 포장해 '어머나운동본부'로 보냈다. '어머나'란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의 줄임말. 이 단체는 25㎝ 이상의 머리카락 30가닥 이상을 기부받아, 20세 미만의 어린 암 환자의 심리적 치유를 위해 맞춤형 가발을 무상(無償)으로 제공한다. 가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200~300명 분량의 인모(人毛)가 필요하다. 단체는 현재까지 매달 10명씩 '가발 기부' 선행(善行)을 이어오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인 하연 양이 2년간 정성을 들여 '의미 있는 머리카락 기부'를 한 계기가 뭘까. 하연 양의 말이다.

"어느 날 TV를 봤는데요. 친구들이 병에 걸려 머리카락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숱이 많은 제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면 친구들이 좋아할 거 같아서 기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2년이 된 거예요."

아버지 조 중령은 "2년간 기르던 머리를 자르고 나니까 아이도 약간의 상실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면서도 "'또 기부하겠다'고 하더라. 자식이지만 어린 나이에 기특한 마음을 가졌다"고 전했다.


돼지저금통 20만 원 선뜻 건넨 현무 군

한때 코로나를 퇴치하는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하연 양의 '기부 정신'만큼이나 오빠 현무 군의 선행도 남다르다. 군사학(軍事學)과 전쟁사(戰爭史)를 좋아하며 부모 같은 군인(軍人)을 꿈꾸는 현무 군은 5년 전 어린이집 졸업 기념으로 기부를 했다. 돼지저금통에 저축한 20만 원을 국제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에 건넨 것.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또다시 소액 기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조 중령 집안의 '기부 내력'이 궁금해진다. 조 중령의 이야기다.

"사실 저랑 아내가 정말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학교 다닐 때 학원 한 번 못 갔죠.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운 좋게 해사(海士)에 합격해서 임관하고 보니, 저희 부부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 또한 많더라고요. '베풀고 나누며 살자'고 서로 다짐했지요. 아이들에게도 항상 '정직하게 살고 신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돼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얘기해요.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아이들이 착하게 잘 자라주고 있어 모든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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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祖國의 바다를 지키듯 사회적 弱者도 도울게요”
조성진·남정주 해군 부부

하연 양과 현무 군의 ‘기부 정신’은 엄마·아빠에게서 배운 것 같다. 아버지 조성진 중령은 작년 해사 군사전략학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논문 공모전 상금 200만 원을 ‘해사교육진흥재단’과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어머니 남정주 소령은 해사 생도(生徒) 시절부터 꽃동네·카리타스 등 가톨릭 관련 복지·구호시설에 매달 정기 기부를 해왔다. 자녀들의 돌·졸업 기념으로 별도의 소액 기부도 실천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 1200만 원에 달한다. 부부는 곤경에 처한 환자들을 위해 장기(臟器)와 조혈모세포 기증도 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