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방위산업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K시리즈에는 K-팝, K-드라마, K-뮤비 등만 있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 K-9 자주포에 대해서도 들어봤나요? 한국이 자랑하는 1호 국산(國産) 명품 무기 체계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이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지요. 지난 13일 한화디펜스와 호주 획득관리단은 약 1조 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K-9 자주포의 수출은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올해 에스토니아, 핀란드, 호주에 이르기까지 벌써 일곱 번째예요. 이집트와도 2조 원대 규모의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요. 세계가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는 거죠.

지구촌 곳곳의 평화 지키는 한국産 무기

한국 무기가 다른 나라의 하늘 수문장 역할도 맡게 됐습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地對空·지상에서 공중으로 향함) 미사일 천궁Ⅱ가 중동 아랍에미리트(UAE)로의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거든요. UAE 국방부는 지난달 1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방공(防空) 체계인 M-SAM(천궁Ⅱ)을 들여올 계획"이라며 "계약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1000억 원) 상당"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천궁Ⅱ의 첫 수출이자 국내 방산(防産)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에요. 미국과 이스라엘 업체와의 경합에서 이기고 얻어낸 결과라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천궁Ⅱ는 2011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했고, LIG넥스원·한화시스템·기아 등이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영공(領空)을 지키는 우리 무기로는 다목적 경(輕)전투기 FA-50도 있습니다. FA-50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말레이시아와 약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 규모의 FA-50 수출 협상에 나서고 있어요. KAI는 2013년 이라크에 FA-50 24대, 2014년 필리핀에 12대를 수출했었죠.

바다에서도 한국 무기가 평화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4월 인도네시아에 1400t(톤)급 잠수함 3척을 수출했어요. 계약 규모는 10억2000만 달러(약 1조2100억 원)였죠.

위기 속에서 성장한 한국 방위산업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1960년대 말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본격화했어요. 1969년 7월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충격을 주는 발언을 합니다. 아시아 방위는 아시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내용의 '닉슨 독트린'이었죠.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 정책을 추진해요. 197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번개 사업'을 통해 소총·탄약·박격포 등 재래식 무기들을 국산화하기 시작했죠. 1978년 9월, 국산 단거리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백곰'의 시험 발사에 성공합니다. 탄약 하나 만들지 못했던 나라가 미사일을 만들게 된 거예요.

이후 한국 방위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무기 수출 순위 세계 8위에 올랐어요. 현재는 정부 기관과 민간 업체가 협력해 방위산업을 이끌고 있죠. 그러나 아직 우리 방위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이 필요합니다. 지난 5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방위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대였어요. 세계 100대 방산 업체 중 한국 기업은 4개뿐이었죠. 양우진 한국외대 EU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월 발표한 '4차 산업혁명과 신 방위산업' 논문에서 "미국과 영국의 군사기술 개발은 민간 업체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 방위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민간 행위자의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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