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피는 무슨 일을 할까요? 피에는 적혈구, 혈소판, 백혈구가 들어 있어요. 적혈구는 우리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적혈구가 부족하면 빈혈을 일으키기도 해요. 백혈구는 몸속 세균이나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방어하는 역할을 하죠. 우리 몸을 세균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백혈구가 꼭 필요합니다. 혈소판은 혈관이 손상됐을 때 지혈해주는 성분이에요. 이러한 혈액 세포들은 모두 조혈모세포에서 만들어져요. 조혈모세포는 혈액의 성분 세포를 만드는 엄마 세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조혈모세포는 뼈 사이에 있는 부드러운 조직 '골수'에 존재합니다.

백혈병(leukemia)은 조혈모세포가 분화(分化)하고 자라는 단계에서 변이(變異)가 일어나 비(非)정상적인 혈액 세포가 빠르게 자라는 병이에요. 백혈병이라는 이름은 '흰색'을 뜻하는 그리스어(語) 레우코스(leukos)에서 따왔습니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의 피를 관찰했을 때 백혈구가 늘어나 생긴 우윳빛 백혈구 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피가 하얗게 변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졌다는 의미랍니다.

백혈병은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악성(惡性) 종양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발열입니다. 창백해 보이고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해요. 피부나 입안에 고춧가루를 뿌린 듯한 점상 출혈도 나타나요. 백혈병 세포는 간과 비장을 침범하기 때문에 간이나 비장이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골 주위나 관절, 골수강 내에서 백혈병 세포가 증식하면 심한 뼈 통증이나 관절 통증을 호소해요.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너무 놀라지 마세요. 백혈병이 아니더라도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이에요. 병원에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 최정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1950년대만 해도 백혈병은 불치병으로 여겨졌어요. 2000년대 들어 수많은 임상 시험을 통해 백혈병 완치율이 높아졌죠. 백혈병 환자의 70~80％ 이상, 그리고 소아기에 흔히 발병하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경우 90％가량이 완치되고 있습니다. 백혈병에 걸린 친구들 역시 꾸준히 치료받으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만약 백혈병을 치료하고 돌아온 친구를 만난다면, 반갑게 맞이해 주세요. 그 친구도 마음만큼은 여러분과 잘 어울려 지내고 싶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