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 일본은 최첨단 IT 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선도국(先導國·여러 분야에서 앞선 나라)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아날로그(Analog)'를 사랑한대요. '전통'을 중요시하기 때문인데요. 이는 '갈라파고스 증후군(Galapagos syndrome·고립 현상)'의 변형된 사례로 볼 수 있어요. 세계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현상이거든요.'경제 대국' 일본은 '옛것'으로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알아봅시다.


이메일보다 안전한 '팩스'

1980년대 말 90년대 초에 등장했던 팩스(Fax)는 당시 최첨단 기기(器機)로 불렸어요. 필수 가전으로 꼽혀 각 가정은 물론 개별 기업은 최소 한 대씩 구입했죠. 그런데 1990년대 '버블 붕괴(1990년대에 발생한 경기 쇠퇴 현상)'가 일어나며 일본의 경제가 무너지는데요. 경제 복구 이후에도 일본의 '기술 성장'은 멈춘 상태로 계속되고 있죠. 이에 보급돼 있던 팩스 문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어요. 초고령 현상으로 인해 '전자 메일'보다 팩스에 익숙한 이들도 많고요. 일본 사람들은 팩스가 보안 측면에서도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증명하는 '도장'

일본의 '도장 사랑'은 역사와 관련이 있어요. 1870년 메이지 정부는 일반 백성도 '성씨'를 가질 수 있도록 했죠. 이후 국민에게 규격화된 도장을 등록하도록 했어요. 이로써 1878년 '인감증명제도'가 시작됐답니다. 개인 간의 거래 또는 계약은 도장으로 확인된 것만 인정하고 보장했습니다. 이런 문화는 지금도 남아 있어요. 일본인이 도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문화적 배경이죠. 도장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개인을 증명·확인하는 수단입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전자서명화(化)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요.


카드 결제보단 '현금 결제'

▲ /아이클릭아트

과거 일본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연달아 쓰러져 사라진 경우가 있는데요. 이후 사람들은 집에 현금을 보관하는 것을 더 안전하다고 여겼죠. 또 장기 불황으로 은행 이자가 낮아지면서 현금을 갖고 있는 경우도 심화됐어요. 자연스럽게 개인 정보 유출과 보안에 민감해지면서 카드 결제 또한 꺼렸답니다. 또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형적 특성도 한몫합니다. 예컨대 지진으로 전기가 끊기면 현금인출기(ATM)는 무용지물(無用之物·쓸모없는 물건)이 되죠. 그래서 사람들은 늘 현금을 갖고 다녀요. 물론 요즘 들어 비대면 문화로 '카드 사용'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 여러분의 집에 있는 아날로그 제품을 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