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에서 'K무비'가 인정받고 있잖아요. 한국 영화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생각해요. 우리처럼 어린 영화인들이 많거든요."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영화관 씨네큐에서 '어린이 영화감독' 6명을 만났다. 제10회 서울 국제 어린이 영화제(6월 15~22일)에 출품한 감독들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우리나라 영화의 미래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차세대 'K무비'의 주역들이 만든 작품과, 영화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들어봤다.

“좋은 영화 만들기 위해 힘 모았어요”

저희는 영상제작동아리 '슬기로운 초등생활'의 신연우·정주아(경기 파주 석곶초 6)입니다. 영화 '아이원투플레이'는 주인공 '순종'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을 표현했어요. 코로나로 체육 시간까지 반에서 수학 문제를 풀게 하자 순종이는 "운동장 10바퀴를 돌면 체육 수업을 한다"는 선생님의 한마디에 '운동장 달리기'를 선택합니다. 순종이는 자기가 희생해서라도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체육 수업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10바퀴를 뛴 거예요.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놀 곳이 없었잖아요.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은 어디에 있나'라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답니다. 제작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들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협력했죠(웃음). 영화는 표정과 말투와 감정 모두 담아낸다고 생각해요.

“수동적으로 변하는 인간 모습 담았죠”

‘로봇 소녀’의 감독이자 배우인 홍인지(서울 대원국제중 2)입니다. 주인공 ‘희준’이 생일 선물로 받은 인공지능 ‘인지’에게 의존한다는 내용이에요. 사소한 것부터 어려운 문제도, 발표 과제도 인지가 대신해줘요. 그러다 인지가 희준의 얼굴로 꾸며 등교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해요.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기술과 그에 따라 수동적으로 변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았어요. 평소에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해요.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시도하지 않는 장르를 도전해보고 싶었죠. 장르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장면마다 다른 필터로 편집하고 음향이나 대사, 캐릭터의 외형 등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제가 생각하는 ‘주제’를 영상을 통해 더 사실적으로 담아낼 수 있어 영화에 빠졌죠(웃음).

“청소년 자유 선언!”

우다원(서울 대방중 3)·정수인(서울 국사봉중 3)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예요. 저희가 만든 영화의 배경은 2050년, 어른들이 ‘이상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아이들을 억압하는 세상이죠.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사회에 모순을 느껴요. 결국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들의 혁명’이 시작되고 ‘자유 선언’까지 하는 내용이에요. 학교 수업과 책을 통해 여러 혁명에 대해 배웠는데요. 모든 혁명의 시작은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싸우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이 좀 더 자기 일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자는 취지로 영화를 만들게 됐죠. 영화 속 ‘청소년의 자유 선언’은 프랑스 혁명에서 나온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읽고 많이 참고했습니다.

“넌 외톨이가 아니야”

안녕하세요. 저는 ‘꿈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만든 박경은(서울 상암중 1)입니다. 영화는 친구들 사이에 잘 끼지 못하고 주위에서 겉도는 ‘세영’에 관한 이야기예요. ‘나 혼자만 외톨이가 되면 어떡하지?’ ‘나만 이런 생각 하는 게 아닐까?’ 등 우울하던 어느 날, 세영이는 꿈에서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또래 중에서 ‘겉도는 느낌’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친구는 없을 것 같아요. 주인공도 마찬가지죠. 세영이의 걱정, 고민 등 속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을 넣어서 공감을 일으키려고 했어요.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속앓이하는 이들에게 ‘너를 사랑해주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어요.

→ 여러분이 감독이라면 어떤 내용의 영화를 만들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