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 가설: 바이러스는 세포의 후손

바이러스 기원 가설 중 세 번째, 퇴행 가설은 거대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등장했지. 2003년 발견된 미미바이러스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일부 바이러스 유전자가 세포 유전체의 기본적인 특성으로 간주됐던 단백질 합성을 지시한다는 점이야. 2013년에는 더욱 거대한 판도라바이러스가 발견됐는데 2000개에 이르는 유전자의 90% 이상이 기존의 생물체에 존재하는 유전자와 연관되지 않았어.

미미바이러스와 판도라바이러스의 등장은 바이러스가 세포 이전에 이미 있었다거나(선행 가설)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진화한 형태(탈출 가설)라는 이론으로는 바이러스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게 만들었어. 원래 바이러스는 세포에 기생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거대한 바이러스는 기생하는 세포보다 크기가 클뿐더러, 기능 면에서도 세포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거든. 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기생 생물체 세포가 퇴행해서 나왔다는 이론이 등장했고, 이것이 바로 퇴행 가설이야.

이 가설은 바이러스가 아마도 박테리아라고 추정되는 세포성 생물로부터 기원했을 것이라고 추정해. 세포성 생물이 자신의 유전자를 점차 버리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보다 단순한 생물이 되었는데, 이것이 우리가 보는 바이러스라는 거지.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로부터 유래했다는 증거는 오늘날에도 바이러스와 특성이 아주 유사한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는 점이야. 첫 번째 사례는 부크네라(Buchnera)라고 알려진 박테리아인데, 진딧물을 감염시켜. 이들은 유전체의 70% 이상을 버려. 두 번째 사례로 클라미디아(Chlamydia)는 스스로 증식할 수 없는 박테리아이며 바이러스와 유사하게 숙주 세포가 있어야 해. 세 번째는 리케차(Rickettsia)인데, 이것의 복제 사이클은 레트로바이러스와 상당히 유사하지. 리케차는 건강한 세포를 감염시키고 그 유전자를 숙주와 교환하고, 그다음 세포로 이동해.

그러나 이 과정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설명해 줄 수 없는데, 왜냐하면 이 둘은 구조적으로 유전적으로 다르고, 바이러스의 유전체 크기는 박테리아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야. 따라서 박테리아에서 관찰되는 것처럼 커다란 유전체를 가지고 이전에 존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

● 바이러스 쫌 아는 10대
전방욱 글｜방상호 그림｜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