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후야! 떡볶이 먹으러 가자."

건후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분식집 앞에서 봉진이를 만났어요.

"나 돈이 없어서 떡볶이 못 사 먹어."

"응? 왜? 너 어제 용돈 받았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근데 그 돈 다 저축했거든!"

"와, 대단하다. 알겠어. 그럼 우리끼리 먹고 갈게. 잘 가!"

사실 건후도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고 싶었지만 저축했다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다음 날, 건후는 등굣길에 문방구로 들어가는 친구들을 발견했어요. 문득 친구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기로 했던 게 생각났어요. 하지만 건후는 용돈을 모두 저축해서 카드를 살 돈이 없었어요.

"건후야! 학교 늦겠다. 얼른 가자."

결국 건후는 카드를 사지 않고 학교로 향했어요.

"얘들아! 카드놀이 하자!"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카드놀이를 하기 위해 교실 한편에 모였어요. 저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꺼내 카드놀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선생님도 다가와 구경하셨어요.

"건후는 카드놀이 같이 안 하니?"

구경만 하는 건후에게 선생님이 물었어요.

"용돈을 모두 저축하느라 돈이 없어서 카드를 못 샀어요."

건후는 아쉬웠지만 저축했다는 말을 강조하며 선생님의 칭찬을 기대했어요.

"용돈을 모두 저축했다니 대단한걸? 그런데 무조건 저축만 하는 것이 좋은 건 아니란다."

건후는 선생님 말씀에 놀란 토끼 눈이 됐어요.

"저축이 늘 좋은 게 아니라고요? 왜요?"




건후는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저축하는 바람에 떡볶이를 사 먹지 못했어요. 카드도 사지 못했죠. 사람들은 보통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해요. 하지만 그 대가(代價)로 지금 느낄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해야 하죠. 무조건 저축만 한다면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가진 돈을 모두 소비하는 것은 더 좋지 않겠죠. 같은 돈을 썼을 때 현재의 만족감과 미래의 만족감을 비교한 뒤 소비와 저축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해요.

갖고 싶은 만 원짜리 장난감이 있다고 생각해볼까요? 며칠 동안 용돈을 모아 드디어 살 수 있게 됐어요. 그런데 은행을 지나치다 한 달 동안 1만 원을 저축하면 1000원의 이자를 주는 저축 상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달 동안 저축을 하면 장난감도 사고 1000원도 남길 수 있겠는걸?' 그래서 여러분은 저축을 하기로 결심해요. 그리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달 사이에 장난감 가격이 1만2000원으로 올랐다고 해요. 우리가 사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물가(物價)'라고 해요. 물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기도 해요. 그러니까 저축으로 받는 이자보다 물건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면 저축해두는 것보다 오히려 물건을 사두는 게 더 이득이겠죠?

국가의 입장에서 저축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들이 저축을 많이 하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거예요. 소비하지 않으니 가게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겠죠. 장사가 잘되지 않으니 가게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수를 줄이게 될 거예요. 결국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많아지고 사람들의 소득은 줄어들겠죠.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다시 돈을 아껴 쓰고 저축을 늘릴 거예요. 결국 사람들의 소비가 줄고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드는 일이 반복되겠죠.

이렇게 저축이 개인과 나라 전체의 경제 상황을 안 좋게 만드는 것을 '저축의 역설'이라고 해요. 따라서 저축을 항상 좋다고만 볼 수는 없어요.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며 소비와 저축의 균형을 잘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 나도 세금 내는 아이가 될래요!
옥효진 글ㅣ서정해 그림ㅣ청림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