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세요. 좋아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김대식(53)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미래 세대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뇌공학,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을 연구하며 인류(人類)의 과거·현재·미래를 들여다보는 국내 대표 뇌과학자다.

지난 4일,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앞서 지난달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메타버스 대항해시대의 인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한 김 교수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본지 독자들에게 꼭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한 김 교수는 ▲뇌과학과 창의력 ▲AI와 가상 현실 ▲미래를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뇌과학'이란 뭔가요.

"간단히 말하면, 뇌를 포함한 신경계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인간은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나죠. 뇌도 마찬가지예요. 신체가 자라면서 뇌도 함께 완성돼 갑니다. 뇌 성장에 중요한 '시기'가 있는데요. 뇌과학에선 이를 '결정적 시기'라고 해요. 오리는 태어난 직후 첫 2~3시간, 고양이는 4~8주, 원숭이는 1년이 '결정적 시기'입니다. 사람의 경우 출생 후 10~12년이라고 알려져 있죠. 이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해요."


어릴 때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다양한 경험이라고 해서 대단한 걸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2주 전 점심 식사로 뭘 먹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기억하지 못해요. 하지만 2주 전 처음 갔던 외국 식당에서 먹은 음식은 분명 기억할 겁니다. 뇌에 영향을 주는 건 바로 '새로운 것'이죠."


사람의 지능은 유전과 환경 중 어느 쪽 영향을 많이 받나요.

"유전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만 '환경'도 중요한 요인이죠. 10세 어린이의 뇌는 '젖은 찰흙'과 같아요. 말랑말랑해서 원하는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죠. 하지만 14세부터 뇌는 서서히 굳어가요. 뇌가 굳기 전 '새로운 것'으로 뇌를 자극하는 게 핵심 포인트입니다. 그게 '창의력'으로 이어질 수 있죠."




독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셨더군요.

"30여 년간 독일에서 살았죠. 고등학교 수업이 오후 1시면 끝나요. 선생님은 학생에게 '집에 가서 책을 보라'고 하죠. 학교 수업이나 교과서를 통해 모든 걸 배울 수 없기에 스스로 공부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야 '진짜 공부'가 된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교육과는 차이가 있네요.

"한국 교육은 '답'을 중시하죠. 그런데 이 답이 완벽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을 꼽아보라고 하면 대부분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을 나열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 알지 못하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경쟁력' 있는 교육이 될까요.

"지식의 '깊이'가 중요합니다. 평범한 지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런 지식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다 나와요. 경쟁력 있는 '전문가'가 되려면, 남이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만들어내고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축적해야 해요. 그래야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수 있답니다."




AI와 경쟁하는 시대가 온다는 건가요.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는 기계가 뛰어나요. 최근 들어 기계학습이 발달하면서 AI는 지적인 결과물도 생산해내기 시작했어요. 공사할 때 불도저와 삽 중 어느 것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일까요. 삽질하는 법을 배울 게 아니라 불도저를 설계하고 조종하는 '차원 높은 능력'을 익혀야 해요."


디지털 세계(메타버스)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이론적으로만 봤을 때 메타버스는 좋은 사회일 수 있어요. 각자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하루에 10시간을 메타버스 세상에서 살고, 배고플 때 잠깐 아날로그 현실에 나와서 밥을 먹고 들어간다면 과연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상 현실에서 '질서'와 '규칙'은 누가 만들까요. 메타버스에서도 유토피아(Utopia·완벽한 사회)를 실현하려면 '관리'와 '조절' 능력이 필요해요. 이는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