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발사기? 와이퍼 안경? 엉뚱한 상상도 괜찮아, 일단 도전해봐
신자영 기자 jyshin1111@chosun.com 입력 : 2022.09.02 00:01

과학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을 만나다

	왼쪽부터 이정태(태정태세) 긱블 대표와 오은석(잭키)·류시욱(키쿠) 메이커. 이정태 대표가 긱블의 대표적 발명품인 ‘치킨 발사기’를 들고 있다. /긱블
왼쪽부터 이정태(태정태세) 긱블 대표와 오은석(잭키)·류시욱(키쿠) 메이커. 이정태 대표가 긱블의 대표적 발명품인 ‘치킨 발사기’를 들고 있다. /긱블
"저희는 쓸모없는 작품만 만듭니다. 쓸모 있는 물건은 '이마트'에서 찾으시죠."

초등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과학·공학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Geekble)의 이정태(태정태세) 대표와 오은석(잭키)·류시욱(키쿠) 메이커(Maker)가 강조한 말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긱블을 찾았다. '공업소'를 연상케 했던 건물 내부에는 온갖 작업복과 공구로 가득했다. 이날 취재에는 김단아(서울 염리초 6), 김태후(경기 화성 영천초 4), 권태현(대구 대청초 4), 안예신(경기 남양주 와부초 4), 정준영(경기 성남 보평초 5) 본지 명예기자가 함께했다. 취재진은 자동차 브레이크 키트인 '브레이크 피젯스피너'를 조립하는 시간도 가졌다.


콘텐츠 만드는 ‘메이커’, 누구나 될 수 있죠

콘텐츠 법인으로 운영되던 '긱블'은 설립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400편 이상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들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긱블에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모두 '메이커(Maker)'라고 부른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Q 긱블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유튜브로 시작했어요. 과학과 공학, 말로만 들었을 땐 지루하고 따분한 느낌이에요.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재미있는 분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죠.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거나 아이돌 무대를 볼 때는 모두가 즐겁잖아요. 하지만 새로운 과학 이론이 증명되거나 노벨상 후보가 발표됐을 때 이를 신나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어요. 무엇이든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게 '친숙함'으로 이어지는 출발이죠. 거기에 재미 요소를 살짝만 넣으면 과학 이야기도 축구·연예인·아이돌 못지않게 흥미로울 수 있어요. 과학·공학을 그렇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Q 긱블, 무슨 뜻인가요.

"한 가지에 몰입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어요. '너드(Nerd)'는 혼자 구석에서 공부·연구에 열중하는 사람에 가깝고, '긱(Geek)'은 괴짜를 뜻하죠. 엉뚱하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을 의미해요. 거기에서 착안한 긱(Geek)과 무엇이든 '실현 가능한'이라는 의미의 에이블(Able)을 합성했어요. 공학도는 '너드'스럽고 '긱'스러워야 무언가를 창조해낸답니다."


쓸모없는 도전은 없다

Q 어떻게 긱블러가 됐나요.

"고등학생 때 처음 긱블 영상에 출연했어요. 긱블에 합류한 이후 대학에 진학했지만 얼마 안 지나 그만뒀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이미 찾았기 때문이에요. 전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하더라도 '좋아한다'는 이유로 아이템을 떠올리고 상상력을 발휘해요."(잭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빠져 있었죠. 아무 키트를 골라 사 이렇게 저렇게 조립했어요. 결국, 지금 제 손 안에서 매일 무언가가 탄생하고 있네요."(키쿠)


Q 기억에 남는 작품은요.

"치킨 발사기와 인공위성입니다. 프라이드 치킨을 시켰는데 갑자기 양념 치킨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손으로 소스를 바르기는 귀찮으니까 프라이드 치킨을 집어넣으면 양념 치킨이 나오는 기계를 만들었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치킨 발사기랍니다. 치킨 인공위성은 무려 상공(上空) 1만4000m까지 올라갔어요. 큰 헬륨 풍선에 인공위성 모양 치킨 박스와 카메라를 묶어 올려 보냈어요. 헬륨은 공기보다 가벼워서 잘 떠요.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면 터지기 때문에 어느 고지(高地)에서는 치킨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게 했죠. 수많은 실패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어요. 하지만 영상이 업로드 됐을 때 '공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 줄 몰랐다'는 반응에 기뻤답니다."

 
Q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일상에서요. 짜장면을 먹다가 면을 비비는 게 귀찮을 때가 있잖아요. 그때 '짜장면 비벼주는 기계를 만들어볼까' 하는 식이에요. 최근에는 비가 많이 왔어요. 잭키 안경에 김 서림 현상이 심한 거예요. 그래서 자동차 와이퍼를 떠올렸죠. 안경에 와이퍼 기능이 있으면 손으로 굳이 안경알을 안 닦아내도 되니까요. '쓸모없는 도전은 없다'고 생각해요. 흥미로운 물건이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묻고 따지지 않고 일단 부딪쳐요."


수업 시간에 긱블 영상 활용하는 선생님도

긱블의 누적 콘텐츠는 420개에 이른다. 콘텐츠 광고로 수익을 내고 있으며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 협찬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인기가 높은 콘텐츠는 조회수 1000만 회가 넘는다.


Q 구독자 100만 명을 앞두고 있어요.

"많은 관심을 받아 감사할 따름이에요. 반가운 소식은 최근 저희 영상을 수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실제 학교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긱블 영상을 써도 되냐'는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점심시간에 아이들에게 저희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피드백도 받고요."
 치킨 발사기? 와이퍼 안경? 엉뚱한 상상도 괜찮아, 일단 도전해봐
Q 제작 비용이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많이 들어갈 땐 600만~700만 원 정도예요. 실험이나 제조가 이뤄지면 50만~100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경우도 있죠. 헬륨 풍선을 띄워 치킨을 우주에 날렸을 때가 떠올라요. 그때 제작한 콘텐츠는 풍선을 한 번 날릴 때마다 200만 원 가까이 들었어요. 당연히 한 번에 성공하지 않았어요. 연이은 실패로 수백만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었죠."


Q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요.

"영상을 보고 '반응'을 살필 때인 것 같아요. 무언가 열심히 만들거나, 실패하는 과정에서 '고생했다' '잘했다' 등의 댓글을 보면 힘이 절로 나요. 하지만 명예기자와 같이 어린 학생들이 '과학 좋다' '나중에 이런 걸 만드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줄 때 제일 뿌듯하고요."
	명예기자들이 ‘무한동력 구슬멍 기계’의 원리에 대해 설명 듣고 있다. 해당 장치는 구슬이 레일을 타고 내려와 모터를 통해 속력을 얻은 뒤, 제자리에 올라가도록 돕는 장치다.
명예기자들이 ‘무한동력 구슬멍 기계’의 원리에 대해 설명 듣고 있다. 해당 장치는 구슬이 레일을 타고 내려와 모터를 통해 속력을 얻은 뒤, 제자리에 올라가도록 돕는 장치다.
과학 키트와 교육 시장까지 영역 확장할 것

긱블은 2020년 온라인 완구샵 '긱블샵'을 론칭했다. 이후 메이커들이 영상을 통해 공개한 발명품을 완구 제품으로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텐세그리티 조립 키트(3만9800원) ▲무한동력 구슬멍 기계 키트(6만2800원) ▲자동차 브레이크 조립 키트(1만1800원)가 있다. 긱블은 앞으로 '놀이 플랫폼'과 '완구 콘텐츠'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이들이 직접 실험해보면서 과학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살아 있는 교육'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Q 키트도 개발하셨다고요.

"준비된 재료를 가지고 직접 기계 장치를 만들어보면서 과학·공학 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거죠. 긱블의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저거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 따라 만들 수 있는 일종의 교보재(敎補材)를 제공하는 거예요. 대표적으로 '무한 동력 구슬멍 기계 키트'가 있어요. 긱블을 구성하는 요소 세 가지를 들자면 바로 콘텐츠, 키트, 교육이에요. 지난 5년간 콘텐츠에 집중해왔다면, 이젠 '키트'와 '교육'에 집중할 차례입니다."


Q 완구·교육 시장까지 넓힐 계획인가요.

"처음부터 키트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영상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물건을 개발하고, 이를 영상으로 실었을 때, 키트가 나오면 구매하겠다는 댓글이 많았어요. 구독자들의 니즈(Needs)를 적극 반영한 거죠. 이틀 만에 1억9000만 원어치가 팔렸어요. 공학 관련 키트 시장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죠.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서도 과학·공학 관련 강의를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요.

"학교에서 과학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집에서 과학에 대한 놀이를 할 때 모든 순간 긱블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디스커버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유명한 이유는 마냥 과학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과학이나 자연 분야에 '재미'를 더했죠. 유튜브로 시작했지만 긱블이 머지않아 하나의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장난감이나 완구가 될 수도 있고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공계 콘텐츠 제작사'가 되는 게 큰 목표랍니다."

→ 긱블이 만들어줬으면 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이정태(태정태세) 긱블 대표와 오은석(잭키)·류시욱(키쿠) 메이커가 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들과 함께 발명 장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단아, 정준영, 김태후, 안예신, 권태현 명예기자.
이정태(태정태세) 긱블 대표와 오은석(잭키)·류시욱(키쿠) 메이커가 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들과 함께 발명 장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단아, 정준영, 김태후, 안예신, 권태현 명예기자.
명예기자
해보GO!

‘브레이크 피젯스피너’를 만든 소감을 원리와 함께 들려주세요.

김단아김단아 브레이크 피젯스피너는 빠른 속도로 굴러가는 것을 멈추게 하는 장치예요. 자동차 바퀴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작은 부품들이 많이 들어가서 헷갈렸어요. 하지만 그 부품이 모여서 바퀴가 돌아간다는 걸 배울 수 있었고, 잭키와 키쿠님 도움 덕분에 훨씬 재밌게 만들 수 있었어요.

김태후김태후 브레이크 피젯스피너는 자전거의 디스크 브레이크와 비슷해요. 아파트 겉면을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이동할 때 사용하시는 ‘줄’에 활용됐으면 좋겠어요. 이동 중 안전하게 멈출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만들어 소중한 추억이 됐어요. 하루종일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권태현권태현 피젯스피너의 나사는 한쪽은 고정, 다른 한쪽은 돌아가는 기능을 해요. 돌아가는 나사를 잡으면 멈추는 원리죠. 만들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피젯스피너를 직접 만들고 돌려보니 뿌듯하기도 했고요. 특히 돌리다가 ‘탁’ 하고 멈췄을 땐 스트레스도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안예신안예신 브레이크 피젯스피너는 마찰력을 이용해 디스크를 멈추는 원리로 작동해요. 집에서 키트로 혼자 만들었을 때는 원리에 대해 잘 몰랐는데 메이커들에게 설명을 들으며 만드니 더 재미있었어요. 영상으로만 봤던 긱블과 메이커도 실제로 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꿈만 같아요. 또 가고 싶어요!

정준영정준영 피젯스피너가 ‘전기 자전거’의 브레이크에 활용되면 좋을 것 같아요. 브레이크 피젯스피너를 만들며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것만큼 멈추는 기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상만 하던 것을 현실에 실현하고 개발하려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이를 키트로 만들어 많은 사람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시는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공학자를 꿈꾸는 저에게 자신감이 더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