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퀘스트를 끝낸 민준에게 이든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직장 외에 돈을 버는 방법으로 렌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또 렌트에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도 깨달은 것 같으니까. 남은 퀘스트가 될 힌트를 알려줄게. 돈 버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알아봤잖아. 두 가지 사이 공통점이 있어. 그게 뭘지 잘 생각해 봐."

이든은 홀연히 사라졌다.

민준이는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캐릭터들을 봤다. 다가가자 그들 중 한 캐릭터가 민준이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민준이구나. 난 루아야. 너의 두 번째 퀘스트는 돈 버는 방법 한 가지를 찾아내고 그걸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거야."

민준이는 퀘스트가 낯설지 않게 들렸다.

"그건 이든이가 냈던 문제랑 같은 거 아니야?"

루아는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이든이가 낸 문제는 일하고 받는 월급에 더해 정기적인 수입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거였지? 내가 낸 문제는 월급과 렌트 말고 또 뭐가 정기적인 수입이 될 수 있는지를 찾으라는 거야. 그걸 잘할 수 있는 조건도 같이 알아내라는 거였어."

민준이는 월급과 렌트 말고 돈 버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가게 세 곳이 민준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 가게는 겔덴이라는 물질을 파는 곳이었다. 가상 세계에서 사용되는 물건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였다. 두 번째 가게는 겔덴이 들어간 물건을 만들어 파는 곳이었다. 이 가게는 특히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했다. 세 번째 가게는 겔덴을 찾는 비법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세 번째 가게는 1시간당 12품을, 두 번째 가게는 1시간당 10품을 줬다. 그런데 두 번째 가게는 50분을 일하면 10분은 의무적으로 쉬는 규칙이 있었다. 즉, 실제로 일하는 시간만 따진다면 5분당 1품씩 받는 것은 똑같았다. 그래도 셋 중 월급을 제일 많이 주겠다는 곳은 첫 번째 가게였다. 여기는 1시간당 15품을 주고 일을 한 성과가 좋으면 또 보너스를 주겠다는 말을 했다.

민준이는 첫 번째 가게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가게는 과거부터 겔덴을 찾아다녔지만 제대로 찾은 적이 없었다. 첫 번째 가게의 운영자는 다급해진 나머지, 월급을 더 주며 캐릭터들을 모아 겔덴을 찾으려 했지만 가게가 가진 품만 더 빨리 소모될 뿐이었다. 민준이는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민준이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가게 중 고민을 거쳐 두 번째 가게를 골랐다. 두 번째 가게 사장은 벌어들이는 품이 월급을 주기에 모자란다며 늘 불평했다. 캐릭터들은 바로 옆 세 번째 가게에 가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품을 뿌리고 갔다. 헤아려 보니 세 번째 가게 사장이 벌어들이는 품은 세 번째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 월급으로 나가는 품보다 한참 많았다.

세상은 민준이 생각보다 더 불확실했다. 월급을 많이 준다는 곳에 취직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이 받지 못했고, 두 번째 가게가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세 번째 가게의 장사가 더 잘됐다. 그때 루아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두 번째 퀘스트의 답은 알아냈어?"

민준이가 말했다.

"가게나 회사 같은 걸 직접 열어 그 주인이 되는 거 아니야? 장사가 잘되면 월급이나 렌트처럼 매달 돈이 생기니까. 물론 장사가 잘 안 되면 돈 버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까먹거나 망할 수도 있긴 해."

"맞아. 가게나 회사를 열고 벌어들인 돈에서 쓴 돈을 빼고 남는 돈이 있으면 그 돈을 주인이 갖게 돼."

루아는 민준이에게 질문했다.

"아직 두 번째 퀘스트가 끝난 건 아니야. 그걸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얘기해야 해. 그게 뭘까?"

일하던 때의 기억을 쥐어짠 민준이는 중얼댔다.

"가게에서 파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 많아야 할 것 같아."

루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맞아. 가게가 잘되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해. 하나는 가게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손님 입장이야. 손님 입장에서는 물건을 사는 데 쓴 돈보다 가게 물건의 쓸모가 더 있기를 원해. 최소한 쓸모가 그 물건을 사려고 낸 돈보다 더 적지는 않아야겠지. 그게 만족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가게 물건을 잘 사지 않을 텐데, 그런 가게가 잘될 리는 없어."

민준이는 쑥스러웠다. 물건의 쓸모가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였다.

● 열두 살 경제학교
권오상 글ㅣ손수정 그림ㅣ카시오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