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기, 어떻게 나눌까? <下>

서연이 엄마는 설명을 계속했다.

"또 다른 수입원은 이자래."

"이자요? 돈 빌려주고 받는 돈?"

"응. 은행이나 대부 업체 같은 데서 돈을 빌리면 나중에 원금에 더해 갚아야 하는 돈 맞아."

서연이가 이어 말했다.

"엄마, 나 그렇지 않아도 카드 회사는 사람들에게 돈 빌려주는 돈놀이하는 데인가 생각했었어. 엄마가 카드로 산 물건값을 한 달 뒤에 낸다는 게 마치 그 시간 동안 돈을 빌려주는 것 같아서. 그런데 엄마가 따로 내는 돈이 없다고 해서 어리둥절했거든."

마침내 서연이 엄마 머릿속의 생각 조각들이 하나로 연결됐다. 왜 서연이가 그토록 집요하게 물어봤는지가 분명해졌다.

"엄마는 카드 회사에 이자를 내지 않아. 심지어 어떤 때는 무이자 할부라고 해서 쓴 돈을 이자 없이 세 달에 걸쳐 나눠 내기도 해. 맞다, 카드값을 다음 달에 갚지 못하면 높은 이자율의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해. 또 카드 현금 서비스라고 해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데 그 이자율도 높아."

"그런 이자를 내면서까지 카드 쓸 사람이 있을까, 엄마?"

서연이 엄마는 씁쓸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꽤 많대.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이자를 갚아야 하는 대부 업체나 카드 회사 같은 데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더 많다더구나. 돈을 빌리고 싶은데 빌려주는 데가 그런 곳밖에는 없어서 그렇대."

서연이 엄마의 얘기를 들은 서연이는 속이 상했다.

"돈 갚기 쉽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나쁜 일인 것 같아, 엄마."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개인이나 회사나 문제가 생겨. 그럴 때 빚을 내서 모자란 돈을 메꾸려고 하다 보면 결국 갚아야 할 돈이 더 늘어나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돼."

"돈이 모자라는 사람들도 버는 것 이상으로 낭비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건 자기 책임이니까."

서연이 엄마는 서연이 생각이 이해가 가면서도 보태고 싶은 말이 있었다.

"맞아, 서연아. 그런데 애초에 번 돈이 너무 적어서 생활비가 모자라는 일도 없지는 않아. 사람이 최소한으로 먹고사는 데 드는 돈이 있는데 그보다 월급이 적거나 아예 일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거든."

"그래요? 그것도 문제네, 엄마."

서연이는 궁금한 것이 또 생각났다.

"엄마, 나 소비와 낭비를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 옛날부터 궁금했어."

서연이 엄마는 서연이의 계속되는 질문에 점점 머리가 아파졌다. 그래도 사랑하는 딸의 궁금증을 못 들은 척 그냥 넘겨 버릴 수는 없었다.

"소비는 개인이나 가정이 돈을 쓰는 일이야. 엄마가 카드값으로 내는 돈도 소비인 셈이지. 엄마가 생각해 보니, 소비는 꼭 필요한 생활비와 꼭 필요하지는 않은 낭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네."

"우리 반 친구 중에 플렉스(Flex) 하는 애들이 있어. 걔들이 하는 건 낭비겠지?"

서연이 엄마는 서연이 말이 낯설었다.

"플렉스? 그게 뭔데?"

"애들이 돈 모아서 100만 원도 넘는 옷이나 지갑 같은 걸 사는데, 그걸 요즘 플렉스라고 해."

"애들이? 너희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 비싼 걸 사? 얘, 그건 말할 필요도 없이 낭비겠다."

"애들이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언니, 오빠들은 더 장난 아니라던데?"

서연이 말을 듣다 보니 서연이 엄마도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하긴, 그런 얘기 엄마도 들은 적 있어. 그래도 그건 지나친 일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엄마. 그런데 걔들 얘기 들어 보면 자기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그걸 사는 게 자기한테 가장 중요한 일이래. 자기 자존심이라나."

서연이의 설명에 서연이 엄마는 놀라울 뿐이었다. 21세기의 과시적 소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시적 소비는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뽐내려고 돈을 펑펑 쓰는 행위다. 돈을 주면 살 수 있는 물건을 무리하게 마련하는 데서 자존감을 느낀다니 슬픈 일이었다.

● 열두 살 경제학교
권오상 글ㅣ손수정 그림ㅣ카시오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