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우리 똥강아지 왔나?" 오랜만에 할머니 댁에 가면 들리는 소리다. "우리 보물! 나한테는 우리 손자가 최고 보물이야."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시며 나를 잘 보살펴주셨다. 조금 뒤 아빠가 할머니 댁에 왔다. 아빠는 할머니께 선물이라며 금목걸이를 건넸다. 할머니는 내가 보물이라 하시더니 내가 왔을 때보다 더 신나하시며 목걸이를 차셨다. 할머니는 "요즘 전쟁 때문에 금값이 많이 올랐을 텐데 고마워"라며 기뻐하셨다. 할머니가 기분이 좋아 보이시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며칠 뒤 금은방에 갔다. 예전에는 내 보물이었던 금목걸이지만 지금은 쓸데가 없어서 금은방에 가 돈을 받고 나왔다. 나는 그 돈으로 저녁에 외식하자고 했다. 밥을 먹고 나니 가족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보물은 역시 사람을 행복하고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다음 날 엄마는 보물이 다이아몬드와 금, 사파이어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고 하시더니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셨다. 도착한 곳은 충북 충주의 미륵리 오층석탑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이건 그냥 돌덩이로 된 탑 아니에요?" 하고 물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것도 보물이라면서 구경을 시켜주셨다. 참 신기했고 보면 볼수록 멋있었다. 모든 보물은 멋지고 비싸게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엄마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번쩍번쩍 빛이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자태와 우람한 크기를 보아하니 금과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내 보물 1호는 무엇일까?" 몇 분을 고민했다. 나를 키워주시는 엄마? 아니면 내가 아끼는 스마트폰? 사랑하는 가족들? 전부 다 아니었다. 내 보물 1호는 다름 아닌 내 친구들이었다. 내 시험 성적이 좋은 이유는 항상 나를 도와주고 함께 공부해주는 친구들 덕분이었다. 내가 웃을 수 있던 이유도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비싸고 값진 것뿐만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모든 것이 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