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투자란? <下>

민준이가 봤던 회사 중에는 캐릭터들을 무언가에 중독시켜 돈을 버는 곳들도 있었다. 그런 회사가 돈을 긁어모으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많은 캐릭터들에게 사랑을 받는 회사라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 그런 회사들은 단지 캐릭터들의 중독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뿐이었다.

민준이는 이 정도면 마지막 퀘스트의 답을 구했다고 생각했다. 민준이는 하리의 집으로 다시 찾아갔다. 처음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액자가 눈에 띄었다. 액자에는 알 수 없는 말이 쓰여 있었다.

'ΓΝΩΘΙ ΣΕΑΥΤΟΝ'.

하리가 말을 걸었다.

"그게 이제 눈에 들어와?"

민준이는 갑작스러운 하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저건 어떻게 읽는 거야?"

하리는 고개를 돌려 민준이를 쳐다봤다.

"저건 그리스어야. '그노티 세아우톤'이라고 읽는데 '너 자신을 알라'라는 뜻이야. 소크라테스가 자주 한 말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입구에 쓰여 있던 말이지. 그래서 너는 무슨 답을 얻었니?"

민준이는 대답했다.

"캐릭터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도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나중에 커서 뭔가를 한다면 그런 일을 해 보고 싶어졌어."

하리는 곧바로 민준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제는 해결했지만 금융은 아직 답을 얻지 못한 모양이네."

민준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많이는 아니지만 그게 조금 갑갑했나 봐."

하리는 민준이를 향해 돌아앉았다.

"경제가 해결됐다면 금융도 해결되지 않을 이유가 없어. 경제가 계란이라면 금융은 계란 노른자 같은 거거든."

민준이는 하리의 비유가 귀에 쏙 들어왔다. 하리는 말을 이어 갔다.

"금융은 더 높은 수익률만이 목표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다른 건 무시하고 돈만 벌겠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어. 하지만 돈만 버는 게 아니라 다른 목표도 신경 쓰겠다는 회사와 같은 일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면 금융도 다른 금융이 될 수 있어. 요즘 관심을 받는 ESG가 그 예야. ESG는 영어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합쳐 만든 말이야. 막대한 돈을 가지고 운용하는 연금 공단이나 금융 회사가 돈을 굴릴 때 환경을 보존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돈을 넣자는 의미지."

뭔가 좋은 얘기인 것 같았지만 민준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어?"

"요즘 지구 온난화로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

"그런 것 같아. 작년에는 10월인데 갑자기 눈이 내리기도 하고, 여름에는 또 너무 덥고."

"한국만 그런 게 아니야. 미국 서부에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예전엔 비가 많이 오고 쌀쌀한 곳이었어. 그런데 2021년 여름에 온도가 42℃를 넘겼어. 또 가을에는 캐나다 서부에서 보통 한 달 동안 올 비가 단 이틀 동안 집중적으로 내려서 500년 만의 재난이라고 선포됐지."

"정말? 좀 무서운데?"

"지금 추세대로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점점 더 날씨 변화가 난폭해질 거야. 이런 일이 벌어지는 주요한 원인은 바로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쓰기 때문이야. ESG는 이를테면 석유나 석탄을 캐고 쓰는 회사의 주식은 사지 말고 팔자는 거야. 그런 식으로 환경이나 사회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회사에는 돈이 흘러가지 않도록 하자는 거지."

민준이는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회사들 대부분은 다 겉으로는 좋은 일 한다고 하지 않을까? 공해를 일으키는 회사도 말로는 환경을 보호한다고 할 것 같아서."

"그게 ESG의 한계야. 하지만 금융에는 또 다른 투자 방식으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라는 게 있어."

"충격을 주는 투자야?"

"응. 임팩트 투자는 세상에 선한 충격, 즉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다는 스타트업만 골라서 하는 투자야. 큰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ESG보다 더 위험해 보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투자하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민준이는 임팩트 투자가 더 가슴에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