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

5월 17일 오전 10시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 김락승(50·남) 훈련교관이 외치는 소리에 훈련견 '조크'와 '제이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곳곳을 돌아다닌 지 몇 분이 지나자 한곳을 응시한 채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죠. 수상한 냄새의 정체는 다름 아닌 '마약'이었습니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2387명에 달합니다. 3년간 52.7%가 증가한 수준인데요. 탐지견훈련센터는 이처럼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마약을 잡아낼 탐지견을 양성하는 곳입니다. 16주간 훈련 과정을 거쳐 공항·항만 등 세관 현장에 투입시키죠. 마약 탐지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기자가 직접 예비 탐지견의 하루 일과를 밀착 취재해 봤습니다.

"후다다다닥."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아도라'가 넓은 풀밭을 뛰어다니며 마약을 찾고 있습니다. 탐지견으로서의 자질을 평가받는 첫 관문인 '초지 훈련'을 받는 중입니다. 훈련교관이 더미(돌돌 말은 수건)에 마약 성분을 일부 묻힌 뒤 멀리 던지면, 탐지견은 그 냄새를 기억하고 찾아내면 됩니다. 수건은 냄새 흡수가 잘돼 훈련 도구로 안성맞춤이죠. 교관이 더미를 어느 방향으로 던져도, 아도라는 문제없이 찾아냈습니다. 교관에게 그 비결을 묻자, "더미를 일종의 보상물(장난감)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답했는데요. 서혜민(26·남) 훈련교관은 "강아지와 놀아줄 때 원반을 던져 물어오게 하는 행위와 유사해 탐지견 대부분이 훈련을 재미난 '놀이'로 인식한다"며 "그 덕에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몇 주간 초지 훈련을 마친 뒤엔 넓은 벽면 구멍이나, 여러 물품 사이에 숨겨 놓은 마약을 찾는 훈련에 돌입합니다. 초지 훈련이 유치원 수준이었다면, 이제부턴 중·고등학교 단계입니다. 오후 1시, 스프링거 스패니얼종인 '알파'가 나섰습니다. 알파가 서 있는 이곳은 훈련 단계 중 가장 악명 높기로 자자한 '수화물 탐지 훈련장'.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주변에 세워진 마네킹 그리고 곳곳에서 들리는 안내 방송…. 이런 혼잡한 상황 속에서 마약을 정확히 찾아야 합니다. 5마리 중 2마리가 탈락할 정도의 어려운 수준이지만, 알파는 멋지게 해냈습니다.

훈련을 관찰하던 중 문득 궁금증이 생겨 교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약을 찾는 과정에서 중독되지 않을까요?" 기자의 말에 김정아(29·여) 훈련교관은 "마약류가 체내에 직접 흡수될 경우엔 문제가 되지만, 냄새로 포착하는 건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9년'.

현장에 투입된 탐지견이 활동하는 기간입니다. 모든 임무를 마치면 은퇴한 후 일반 가정에 입양돼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되죠. 하지만 준비 없이 보낼 순 없는 노릇. 가정에서 지내려면 마약 탐지견으로 활동하며 익혔던 습관을 모두 버려야 해요. 탐지견훈련센터 한쪽엔 이런 은퇴한 탐지견을 위한 '사회화 교육장'도 마련됐습니다. 탐지견훈련센터 관계자는 "은퇴한 이들끼리 서로 어울리는 법을 배우며, 적합한 분양 가정을 찾을 때까지 돌봄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10여 년을 달려온 이들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