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

5월 19일,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교실. 수업 종이 울리자 조리복을 입은 학생들이 일제히 칼질을 하며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손질이 끝난 재료를 굽거나, 볶은 다음 접시에 가지런히 올려놓자 파스타·브리토 등 요리가 완성됐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가 하면, 무언가 잘못됐는지 인상을 찌푸리는 이도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셰프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를 요리와 싸우는 학생들, 이곳은 그런 이들을 전문 조리인으로 양성하는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다.


한식·양식 등 다양한 음식이 '뚝딱'

"처음엔 비교적 쉬운 제과와 일반 가정식부터 시작해요. 기초가 쌓이면 2학년부턴 제빵과 양식을, 3학년이 되면 양식·중식·일식, 전통요리를 배우죠. 많은 요리를 모두 깨쳐야 하기에 배워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요리를 이해하기 위해 강민재(18) 군이 눈을 돌린 건 다름 아닌 '자격증'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한식·일식·양식·중식, 총 4개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했다. 음식의 조화를 이해해야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요리를 만들어 낼 능력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곧 훌륭한 셰프로 거듭날 공부인 걸 알기에 다른 재학생들도 자격증을 취득하며 요리 지식을 쌓는 길을 택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남다른 요리 공부법은 또 있다. 한식·양식 등 서로 다른 요리 재료를 한데 모아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어보는 일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미역국과 서양인이 좋아하는 파스타를 합친 '미역국 파스타'를 만들어봤어요. 미역을 볶은 뒤 육수와 파스타를 함께 볶아준 건데요. 평소 한식에 관심이 많다 보니, 미역의 부드러운 식감이 밀가루 면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리의 조합을 이해하는 아주 좋은 공부가 됐죠."(이은혜·18·여)

"전 바질 파스타를 한식 느낌으로 조리해 봤어요. 바질보다 시중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시금치를 활용한 '시금치 파스타'를 만든 건데요. 평소 동서양을 아우르는 메뉴에 관심이 많아 여러 요리책을 읽으며 시금치 고유의 향을 살릴 방법을 고민했죠. 스스로 납득할 만한 맛이 나올 때까지 레시피를 바꿔가며 조리를 반복했고요."(오윤택·18·남)


노력 또 노력… "수천 번 칼질 경험해야"

요리를 이해하기까지 난관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칼에 베이고, 불에 데어 손에 흉터가 생기는 일이 잦다. 하지만 셰프가 되려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 셰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손에 난 흉터는 꿈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다. "한 번은 불을 다루다 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그러나 요리를 무서워한 적은 없었죠. 오히려 이렇게 탄생한 요리를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때 큰 희열을 느꼈어요."(강 군)

"칼질과 불 다루는 것만 수천 번 연습했어요. 칼을 쥐는 법에 익숙해져 식재료의 형태와 식감을 해치지 않게 손질할 수 있게 됐고요. 마늘을 기름에 볶을 때 센 불에서 볶으면 뒤에 단맛이 나는 것처럼 각 재료에 맞는 불 조절법을 터득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간 모두에게 인정받는 한식 전문가가 될 거예요."(이 양)